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여행을 감행한 강남구 거주 미국 유학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가 해당 유학생의 일부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30일 강남구가 제공하는 확진자 이동경로에 따르면 구내 21번째 확진자인 19세 미국 유학생 A씨는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20일부터 24일까지 4박 5일간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A씨는 20일 저녁부터 근육통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제주도 주요 여행지 20여곳을 관광하고 24일 서울에 복귀해 진단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52세 어머니 B씨도 25일 진단검사를 받고 이튿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A씨가 입국한 날인 15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강남구의 확진자 이동경로에 따르면 A씨의 정확한 동선은 19일부터 공개됐다. 반면 어머니 B씨 동선은 15일부터 공개돼 A씨가 입국 직후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이 기간 동안 고교 동창 모임을 나가는 등 자가격리 지침을 미준수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최근 강남구에서는 A씨를 비롯해 해외유입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어, A씨를 통해 2차, 3차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A씨와 접촉한 이들 중에는 대치동 등에서 과외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재 강남구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강남구민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앞서 지난 27일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A씨 모녀와 관련 “선의의 피해자”라고 두둔하는 발언을 해 여론은 더욱 악화한 상황이다. 정 구청장은 29일 바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구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씨의 19일 이전 동선은 공개될 의무가 없다. 확진자 동선의 공개 대상 기간은 증상 발생이 있기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기 때문이다. 강남구도 정부 지침에 따라 확진자 정보를 공개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어머니 B씨의 동선이 15일 경로부터 공개된 것과 관련해선 ‘실수’라며 수정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