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클래식, 춤추고 인스타하며 쉽게 즐기세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인터뷰

대중과 클래식 잇는 다리 되고파

콜라보 공연과 SNS 소통 힘써

힐링된다면…공연중 졸아도 OK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사진제공=크레디아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사진제공=크레디아



29세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공연 ‘핑크퐁 클래식 나라-뚜띠를 찾아라’ 무대에서는 직접 율동을 하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거리감이 느껴지기 쉬운 클래식 아티스트라기 보다는 동네 형이나 오빠, 동생 같은 소탈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간다. 클래식 연주자들 사이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행복을 나누고 싶어”서다.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대니 구를 최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미국의 명문 뉴잉글랜드음악원(NEC) 출신인 그는 캐나다 최대 음악교육기관인 로열컨서버토리오브뮤직(RCM) 강사로, 한국에서는 ‘앙상블 디토’의 멤버로 활약하다가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시도하기 위해 지난 2월 아예 한국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는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자마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처음에는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두와 함께 견뎌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연주를 SNS에 업로드 했는데 위로가 됐다,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이어져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핑크퐁 클래식 나라’ 무대에 선 대니 구. /사진제공=크레디아‘핑크퐁 클래식 나라’ 무대에 선 대니 구. /사진제공=크레디아


대니 구에게서는 단지 젊음 때문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오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가 ‘핑크퐁 클래식 나라’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컸다. 아기 상어 율동을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대에 서기 전에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기도 했지만, 막상 공연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뿌듯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찾은 아이 중 단 한 명이라도 이 공연을 시작으로 클래식 음악이 쉽고 재밌다고 생각한다면 제 할 일은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에는 LA의 한 한식당에서 한 아이가 “대니 삼촌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코로나19으로 공연 일정이 조정될 수 있지만 올해도 대니 구는 ‘핑크퐁 클래식 나라’ 무대에 설 계획이다.


이 밖에도 그는 무대와 방송 등을 종횡무진 오가고 있다. 클래식 속 이야기와 연주가 어우러진 렉처 콘서트도 여러 차례 진행했고, 최근 MBC TV예술무대나 로또 추첨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힙합곡에 피처링을 하는 등 다른 음악 장르와의 협연에도 열려있다. 최근 개설한 유튜브 ‘대니랜드’에서는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차 라디오 DJ로 활약하는 것도 그가 꿈꾸는 계획 중 하나다. “모든 기회에는 배움이 있다”는 소신대로 광범위한 행보를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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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클래식의 매력을 묻자 “클래식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고 가사가 없어 나만의 가사와 스토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50분짜리 교향곡을 들을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 “공연장에서 잠깐 잠이 들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힐링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클래식 공연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 자신은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과 접했으면 좋겠다고 대니 구는 강조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한 번 쯤은 뉴스 대신 클래식 음악에 기회를 줬으면 한다. “지금이야말로 클래식 음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주는 위로는 정말 크니까요.”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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