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모든 국가가 북한에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북한이 “망발”이라고 반발하며 미국과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실히 접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미협상국장은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 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됐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의 길’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미협상국장은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와 관련해 ‘진정에 넘친 지원 구상’을 담은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라는 자는 세계의 면전에서 자기 대통령이 좋은 협력 관계를 맺자고 하는 나라를 향해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한 후 국무부 청사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G7 등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행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미협상국장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가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미국이 그처럼 제창하는 대화 재개도 결국은 우리가 가는 길을 멈춰 세워 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수뇌들 사이의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우리의 손발을 얽어매 그 무엇을 막아보려는 미국식 각본에 우리도, 국제사회도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며 “미국 대통령이 자기에게 유리한 시간과 환경을 벌기 위해 유인책으로 꺼내든 대화 간판은 국무장관의 망발로 인해 심히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시 돌기 시작한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힘과 책략이 미국에 더는 없는 듯싶다”며 “미국은 때 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건드리면 다친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차단한 듯 발언했지만 실제로는 대화 의지를 내비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에서 처음 공개된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이란 직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미협상을 담당하는 자리를 신설했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대화 시도는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단절된 상태다. 북한은 이달 2일부터 29일까지 발사체를 네 번이나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