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하루매출 1억 미만인데...임대료만 월 수백억"

'코로나 직격탄' 인천공항 면세점

하루 출국객 1,400명...매출 95%↓

'빅3' 임대료만 840억 달하는데

무급휴직 등으로 버티기도 한계

정부차원 임대료 인하정책 시급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하루 1만명 이하로 급감하고 있는 30일 평소 이용객들로 북적이던 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코로나19 여파로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하루 1만명 이하로 급감하고 있는 30일 평소 이용객들로 북적이던 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오늘 매장에 들른 손님은 3명 뿐 입니다. 그마저도 구매로 이어진 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30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길게 늘어선 터미널1 출국장에는 출국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항상 출국 승객들로 붐비던 터미널 출국장에는 공항 관계자들만 간간이 지나 다니고 있었고, 평소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걸음을 떼기조차 어려웠던 안내로봇인 ‘에어스타’는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휑하게 비어버린 터미널을 무심하게 지나갔다.


터미널 곳곳에는 평소 출국객들의 캐리어와 구매한 면세상품을 담아야 할 카트가 이용객을 찾지 못한 채 100여개씩 뭉쳐져 있었다. 함께 동행했던 공항공사 관계자마저 “입사한 이후 카트가 이렇게 쌓여있는 건 처음 본다”며 “원래 이렇게 있으면 안되는 건데”라며 당황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면세 사업자 별로 곳곳에 마련됐던 온라인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공항에서 인도 받는 면세품 인도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탑승동 한곳에서 통합 운영되고 있었다. 통합운영 되고 있는 인도장에서 만난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이나 온라인 이용객들이 평소 대비 90% 이상 급감하면서 효율성을 위해 통합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면세품 인도장에도 고객 대신 직원들만 자리하고 있었고, 평소 고객에게 인도될 면세품이 가득 찼던 보관대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30일 1여객터미널 면세점에 직원들이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30일 1여객터미널 면세점에 직원들이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공항 관계자들이 간간이 지나가던 통로와 달리 면세점 안에는 들어가기 민망할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 조차 없었다. 수십명의 판매 직원들은 서류를 살펴보거나 앞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상황을 묻기 위해 적막을 깨고 면세점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오랜만에 찾아온 고객으로 착각한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몰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평소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면세점 직원은 “이 시간이면 원래 제일 바쁠 시간인데 오늘 2~3명의 고객이 구경만 하고 간 게 전부”라며 “고객이 너무 없어 하루 종일 서 있는 것 조차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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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빠져나간 출국객은 1,416명에 그쳤다. 인천공항 대형 3사(신세계·신라·롯데)의 인천공항 면세점 관련 직원 숫자(5,000여명) 보다 적은 숫자다. 최근 해외에서 더욱 확대하고 있는 코로나 19를 피하기 위해 한국으로 다시 유턴하는 인원이 대부분인 입국자 5,937명까지 포함해도 7,350여명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20만명 수준이었던 인천공항 여행객 수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특히 면세점 주요 고객인 순수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매출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관계자는 “대형 면세 사업자들의 최근 일주일 간 일반 고객 기준 일별 매출은 3~4억원에 불과하다”며 “사업자 당 하루 1억원도 못 벌고 있고 이마저도 항공편이 급감하면서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면세 사업자의 경우 일별 5,000만원 이하의 매출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임대료까지 더해 지면서 면세업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인천 공항 면세점의 매출은 95% 이상 감소한 반면 대형 3사가 내야 할 월 임대료는 840억원에 달한다. 직원 일부가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사업자 별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막대한 임대료와 운영비까지 감당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가 인천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면세점에 대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측은 아직까지 임대료 인하에 대한 어떤 결정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울분을 터뜨리며 “세계 1위 공항인 싱가포르는 물론 홍콩과 태국, 여기에 최근 호주 국제공항까지 잇따라 임대료 인하를 하고 있는 상황에 면세산업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만 여전히 임대료를 그대로 받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종도=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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