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車 생산 27% 급감…"실물경제 쇼크, 가늠조차 어렵다"

[코로나19 경제 위기-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추락]

산업생산 3.5%↓…9년來 최악

면세점 36%·백화점 21% 등

소매판매도 6%나 추락해 충격

공장마비에 설비투자는 4.8% 뚝

경기 동행지수 0.7P 급락 99.8

"이제 시작…3·4월이 더 두려워"

지난 2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31일 서울에서 가장 붐비던 명동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기자지난 2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31일 서울에서 가장 붐비던 명동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지난 2월 생산·소비·투자지표는 앞으로 본격화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실물경제 충격파가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게 만든다. 코로나19 확산의 기점이 된 31번 확진자 발생(2월19일) 이후 열흘 정도만 반영됐는데도 실물경제가 받은 영향은 경제지표에 ‘충격적’으로 나타났다. 정부 내에서도 “2·4~3·4분기 경제지표가 얼마나 망가질지 예측도 못할 상황”이라는 위기감이 만만치 않다.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3대 경기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하락했다. 연초만 해도 미약하게나마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처음 반영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대비 3.5%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6% 줄었으며 설비투자는 4.8% 감소했다.

우선 산업생산 하락폭은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가장 컸다. 생산을 구성하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광공업생산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은 자동차 생산이 무려 27.8% 급감한 탓에 3.8%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10.5% 줄어든 후 최대폭이다. 특히 글로벌밸류체인(GVC)이 타격을 입으면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자 이와 연관된 전후방 산업이 줄줄이 감소했다. 전기장비(-9%)와 기계장비(-5.9%), 고무·플라스틱(-7.1%)이 대표적이다.


서비스업도 3.5% 감소했는데 이는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이 18.1% 급감했고 운수·창고업도 9.1% 줄었다. 도소매업도 3.6% 감소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월 지표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면서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패턴 변화 때문에 서비스생산과 소매판매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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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도 내구재(-7.5%)와 준내구재(-17.7%), 비내구재(-0.6%) 모두 감소하면서 9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 여파로 면세점 판매가 지난해 2월보다 36.4% 줄었다. 백화점도 21.3% 감소했고 대형마트는 4.5% 줄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 부문에서 15.4% 크게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4.8% 줄어들었다. 안 심의관은 “국내 승용차 생산 라인이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투자가 감소했다”고 해석했다. 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7%까지 하락했다. 직전 달보다 무려 4.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09년 3월(69.9%)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사의 실제 시공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공장이나 창고·사무실 등 비(非)주거용 공사 실적이 5.2%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3.4% 감소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뿐 아니라 물자의 이동이 제한되고 공급망이 끊어지면서 생산과 소비·투자 모두 줄었다”면서 “경제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심지어 마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월보다 0.7포인트 급락하며 99.8로 내려앉았다. 2009년 1월 이후 11년 1개월 만에 하락폭이 가장 크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3으로 전월과 같았다. 이에 대해 안 심의관은 “지수 구성지표가 코로나19와 같은 경기 외적인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3·4월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과 팬데믹 선언 등 세계적 확산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보다 3월 지표가 더 안 좋을 것이고 이런 흐름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기업 수출이 안 되면 결국 생산과 투자를 줄일 것이고 이는 고용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한재영·조지원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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