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외 유입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촘촘한 방역망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수많은 입국자와 접촉하는 승무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내 확진자 발생 시 적극적인 격리 조치 등 승무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0시부터 외국에서 국내로 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코로나19의 해외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함께 입국하는 항공사 승무원들은 자가격리 의무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외 현지에서 단기 체류하는 승무원 업무의 특성상 2주간의 자가격리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게 방역당국과 항공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유럽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의무화했을 때도 승무원들은 예외였다.
현장 승무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노선 비행을 마치고 귀국한 승무원 A씨는 “10시간 넘게 승객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승무원들만 공항을 바로 빠져나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며 “기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들과 대화할 때마다 ‘혹시 내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코로나19를 옮기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A씨처럼 감염이 불안한 일부 승무원들은 귀국 후 자발적으로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진단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기내 확진자 발생 시 취해지는 자가격리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적항공사들은 확진자가 탑승한 구역을 담당한 승무원에 한해서만 2주간 자가격리한다. 이에 승무원들은 “서비스 업무 특성상 담당구역의 승객만 응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해당 항공편의 모든 승무원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도 “기내 확진자 발생 시 확진자와 동선이 장시간 겹친다고 판단되면 담당구역이 아닌 승무원도 자가격리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의 해외입국자들과 밀접 접촉하는 승무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승무원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으면 수백명의 승객에게 코로나19를 옮기는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며 “항공사 승무원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지원과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 기내식 메뉴 단일화 등 승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내 서비스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