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401억3,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 범행의 동기는 사익 추구이고 피고인이 국외로 도피한 것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정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401억여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정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너무나도 큰 죄책감 때문에 죽을 때까지 수감 생활을 통해 참회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이중적 마음이 들어 괴롭다”며 “죗값을 치르고 가족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를 운영하던 정씨는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 사태’ 수사가 진행되자 1997년 11월 회사가 보유한 루시아석유 주식의 매각자금 322억원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 명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60억여원은 공범들이 정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는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다.
정씨는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끝으로 잠적했다가 21년 만인 지난해 6월18일 파나마 공항에서 국제공조로 검거됐다. 검찰은 정씨가 출국 기록도 남기지 않은 탓에 공소시효 만료 이틀 전인 2008년 9월 그를 일단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기소 이후에도 정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재판은 열리지 못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원점에서 수사를 재개해 그가 A(56)씨 이름의 캐나다 시민권자로 신분을 세탁한 정황을 포착하고 결국 검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