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대학 전공 강의에 16년 전 일반 교양강의 그대로 ‘복붙’...거세지는 등록금 환불 논란

2004년 녹화 강의를 대학 온라인 강좌에 재사용

3만9,000원만 지불하면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 강의

고려대학교 한 재학생은 최근 대자보를 작성하며 등록금 환불 관련 서명을 제안했다./허진 기자고려대학교 한 재학생은 최근 대자보를 작성하며 등록금 환불 관련 서명을 제안했다./허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대학가에서 수주 째 온라인 강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가 16년전 녹화한 동영상을 재사용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2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2020학년도 1학기 한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A교수는 2004년 한 인문학 강좌 사이트를 위해 제작했던 강의 영상을 대학 온라인 강의로 내보냈다. 해당 영상은 이 사이트에 3만9,000원을 결제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수강 중인 한 학생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강의가 인터넷 강의로 전환이 되면서 교수님들도 불편을 겪고 있음을 잘 안다”면서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강좌를 전공 강의로 제공하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수강생도 “3만9,000원 짜리 교양 입문 강의가 등록금 수백만원을 내야 들을 수 있는 강좌로 바뀐 셈”이라며 “학교측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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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6년 전 강의를 다시 사용하다 보니 앞서 공지했던 강의 계획서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두 강의계획서를 비교해보면 참고 교재 목록도 상이했다. 수강생들에 따르면 실제 강의는 사전 공지내용과 다르다는 A 교수측의 설명도 없었다. 고려대 학생회는 추가 피해 사례를 수집하는 대로 A교수에게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고려대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과학대학의 한 학생은 “‘싸강(사이버강의)’에 고려대 강의가 아닌 다른 강의들이 올라오는 데다 수업 일수도 줄었다”며 서명 운동을 제안했다. 또 다른 상당수 대학에서도 대면 강의에 비해 온라인 강의의 질이 낮고 서버조차 종종 마비된다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학생단체 ‘코로나 대학생119’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은 학습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입학금과 등록금을 환불하라”고 주장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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