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광주·부산 등에 이어 서울시도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재정 분담 비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별도로 마련한 중위소득 100% 이하 대상 생활비를 ‘중복 지급’하겠다고 공식화했으나 정부 지원금에 대해서는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20%만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논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추가부담 요구 선 그은 서울市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분담 비율 8대2를 기준으로 약 3,5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중요 사업도 포기하면서 다리 하나를 베어낸다는 결단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중복 수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재원 추가 부담 요구에 맞서 선제 대응에 나선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매칭’ 비율을 5대5로 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가 재정 여력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기재부는 한발 물러서 ‘30% 부담’을 제시했다고 한다. 재정 분담 비율을 놓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박 시장이 공개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도 다른 지자체처럼 20%만 부담하겠다”고 선을 긋고 나선 셈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 재정이 굉장히 어렵고 빠듯하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특별히 재난에 대응하는 중대 발표를 했고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서울시가 추가로 20% 부담을 확실하게 매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분담 비율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30%선까지는 수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긴급재난지원금에 소요되는 총 9조1,000억원의 재원을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8대2의 비율로 분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다른 지자체보다 재정 자립도가 높기 때문에 ‘차등 지원’이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분담 비율을 못 박지 않았다. 정부는 9조1,000억원 가운데 지방 부담분(2조원)을 제외한 7조1,000억원을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지자체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추경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복지급 허용에 예견된 집행 난맥상
서울시가 정부 지원금에 대한 ‘20% 부담’을 전제로 중복 지급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00% 이하의 5인 이상 가구는 155만원(정부 100만원+서울시 55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를 대상으로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40만원, 5인 이상 5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수령자가 선불카드가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을 택하면 10%의 추가 혜택을 받는다.
재원 분담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의 혼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중앙정부의 지원금에 대해 지방정부가 20%를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전액 국비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 분담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된 갈등 양상”이라며 “정부가 지원금 지급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지자체의 중복 지원까지 허용하다 보니 집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맥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윤석기자 이지성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