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이어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값이 39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다 대출규제와 보유세 부담 증가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7월1주차 이후 첫 하락이다. 강남 4구의 낙폭이 확대된 가운데 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 주요 지역의 집값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민간 통계인 부동산114 역시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 전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많이 오른 지역 및 단지를 중심으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폭락 가능성은 낮겠지만 코로나19 지속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11개區 집값 내려...잠실 84㎡ 16.8억 초급매도>
■서울 아파트값 39주만에 하락
낙폭 커진 강남3구 하락 주도
잠실 파크리오선 15억대 매물
서초·노원 등선 신고가 ‘혼조’
시간 지나야 방향성 뚜렷해질 듯
#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 가운데 하나인 ‘트리지움’ 전용 84㎡ 가 16억 8,000만 원에 매매됐다.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같은 평형 매물이 18억 1,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6억 원대의 급매물이 팔린 것. 리센츠 전용 84㎡도 16억 원에 팔린 이후 일주일 만에 19억 원대에 손바뀜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급매 시세가 18억 원대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9개월 만에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는 물론 마포와 용산·성동구 등 이번 주 서울 25개 구 중에서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역만 11곳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는 나오고 있다. 아파트값이 조정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하락, 신고가 등이 아직까지는 혼재된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은 우선 강남권이 주도했다. 강동구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강남 3구는 낙폭이 더 커졌다. 강남권에서 상대적으로 일반 수요가 많은 잠실 일대에서는 초급매 시세가 더 떨어지고 있다.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전용 84㎡)’가 15억 4,000만 원에 나왔다. 저층 매물이긴 하지만 잠실 지역에서 15억 원 대 매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없다. 매물이 나온 건 있는 데 전화 문의도 없다”고 말했다. 강남 3구에서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초급매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대치동 S 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조금 더 있으면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버티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매물도 없고 거래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의 매매 거래가 눈에 띈다. 성동구 ‘래미안 옥수리버젠’ 전용 84㎡가 3월 초 14억 3,000만 원에 매매됐다. 이는 16억 3,000만 원이었던 지난 2월 매매가보다 2억 원 떨어진 가격이다. 용산구 ‘리버힐삼성’도 지난 1월 전용 59㎡ 매물이 9억 원 대 초반에 거래됐지만, 3월에는 8억 3,600만 원에도 팔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 및 단지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지난 2월 3.3㎡당 1억 원에 달하는 33억 7,000만 원에 팔렸다.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월계시영’ 전용 50.14㎡의 경우 최근 들어 전 고가를 뛰어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한 전문가는 “조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신고가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 수록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경기(0.19%)와 인천(0.34%) 역시 지난주보다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둔화됐다./양지윤·권혁준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