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 학교의 개학 시기가 5~7주 연기된 가운데 상당수 학교의 여름방학이 1주 내외로 축소되고 재량휴업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등교 출석이 가능할 경우에도 7~8월 무더위에도 예년보다 한 달여가량 더 출석수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벌써부터 더위 대비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본지가 입수한 한 경기도 인문계 고등학교의 ‘2020학년도 학사 운영 방안’ 확정 사안에 따르면 이 학교의 여름방학은 8월15~23일로 휴일을 제외할 경우 수업일수 기준으로 단 5일에 불과하다. 개학이 늦어지며 여름방학이 실종될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가 결국 현실화된 셈이다. 이 고교는 전국 학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개학 연기, 줄어든 수업일수와 과목이수 상황을 반영해 학사 일정을 짰기 때문에 다른 고교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상당수 학교의 여름방학이 2주 내외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보다 더 줄어든 사례도 속출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경기교육청이 학생 휴식권 보장을 위해 여름 방학을 2주 이상 확보하도록 권장했지만 ‘갈길 바쁜’ 인문계 고교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방학 축소와 함께 학교의 재량휴업일(학교장 지정 휴일)도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5월1일 근로자의 날부터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5일간의 징검다리 연휴에도 평시라면 연간 4일인 재량휴업일을 활용해 1일과 4일 수업을 쉬었겠지만 올해에는 정상 수업을 한다. 또 하반기 개교기념일과 재량휴업일도 정상 수업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순차적 온라인 개학이 완료되는 4월20일 이후 학교·학년 등을 구분해 오전·오후반, 주당 1~2일 출석 등의 형태로 부분 등교를 추진할 방침인데 온라인 수업을 실시한다면 온라인상으로, 등교 수업이 진행된다면 학교에 나와 정상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름방학이 거의 실종되는 이유는 개학이 늦어져도 실질적 교과 수업일수와 학사일정은 동일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중고교는 법정 수업일(190일)의 10%인 19일까지 수업을 줄일 수 있다. 이 학교의 수업일수는 9일 개학하는 3학년은 13일 줄어든 177일, 16일 개학하는 1·2학년은 17일 줄어든 173일이다. 수업일수와 함께 수업시수(이수단위)도 줄었는데 정해진 교과 진도를 충실히 학습하고 학사일정을 진행하려면 결국 방학과 재량휴업일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겨울은 감염병 재확산 가능성이 있고 고3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 등으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워 결국 여름방학이 타깃이 됐다.
여름방학을 축소하면 중간고사까지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게 장점이다. 여름방학이 8월 중순으로 늦춰지면 기말고사는 8월께 실시되는 게 유력하다. 이 경우 중간고사도 6월 전후에 실시될 수 있다. 사상 최초의 온라인수업으로 교과 진도 이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 학교로서는 고육지책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등교 수업이 유력한 7~8월에 학생들이 예년보다 한 달여가량 더 출석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기에는 등하교부터 힘들고 집중호우와 태풍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감염병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을 유지할 경우 학교에서 학생과 교원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마스크까지 착용한다면 체감 온도는 더욱 올라가 늦봄부터 에어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별다른 휴식이나 재충전 없이 새 학기를 시작할 경우 초교 등으로 갈수록 집중력 등에 문제가 일 수 있다. 재수생에 비해 불리한 고3 학생들의 수험 준비 여건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체육대회·축제 등 행사를 모조리 줄여도 여름방학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학교들이 한여름 등교 출석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에어컨, 방재관리 예산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