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 지난해 말 가게 문을 연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떨어지자 급히 기업은행을 찾았다. 가게를 연 지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정부에서 소상공인에게 1.5% 저금리로 신속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편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은행에서는 A씨의 업력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대출이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은행에서 신용보증재단을 추천해 찾아갔지만 거기도 이미 예산이 거의 다 소진됐다고 했다”며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폐업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금융지원 정책이 도입됐지만 소상공인 사이에서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은행·기업은행·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대출 창구를 다원화했지만 기관마다 기준이 다른 탓에 혼선만 커졌다는 토로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부실에 대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만큼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의 불만 사항으로는 우선 업력에 대한 기준이 은행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오는 6일부터 보증서 심사·발급, 대출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기업은행의 경우 업력이 최소 6개월 이상이어야 하지만 우리은행 등 이차보전 대출에서는 업력이 6개월 미만이어도 대출 가능하다.
대출 절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용등급별로 창구를 나눴지만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기준이 기관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시중은행은 신용등급 1~3등급, 기업은행은 1~6등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다. 소상공인 B씨는 이 때문에 시중은행·소진공을 모두 방문했다고 했다. B씨의 나이스 신용등급은 3등급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전에 받은 대출 이력 때문에 주거래은행 자체 신용등급은 5등급이었다. 소진공에서는 신용등급을 나이스 등을 기준으로 하지만 시중은행은 모두 개별 모델에 따른 등급을 산정한다. 은행과의 거래 실적에 나이스·KCB 등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결과를 종합하는 식이다. B씨는 “차라리 신용등급이 4등급으로 나와서 소진공에서 대출받는 게 속 시원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들 자체 신용평가 모델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 모형이 있다”며 “소진공과 모든 은행이 같은 신용등급 산출 기준을 쓰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엄연히 독립된 은행인데 이들의 자체 리스크 관리 방식을 무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일단 나이스를 통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1~3등급인 경우 다른 시중은행을 가면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자신의 주거래은행부터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 은행들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상시국에 당국도 빠른 대출처리를 독려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 1.5%의 저리대출을 해준다고 하니 급전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도 존재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회수에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해 최소한의 심사는 불가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영·이태규·이재명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