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우려를 드러내듯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원유전쟁 이후 처음으로 셰일업체인 화이팅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굵직한 기업들이 투자적격 대상에서 정크본드로 떨어지면서 이른바 ‘타락천사’가 됐다.
우리 경제도 미국의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침체국면이 조금만 더 이어져도 많은 기업의 유동성이 한계에 이르고 일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내몰릴 것이다. 알짜 계열사를 팔아 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적잖은 부실징후 기업이 냉혹한 구조조정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다. 회생이 어려운 좀비기업은 걸러내고 살릴 기업은 제대로 살려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채권단은 이런 흐름을 매끄럽게 풀어나갈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했다. 현재 기업을 수술할 수 있는 곳은 은행권이 자율로 만든 유암코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일사불란한 구조조정 라인 없이 따로국밥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 곳이라도 부도를 내면 시장의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들의 수술이 성공한 데는 경제주체의 고통 분담과 더불어 ‘구조조정 집도의’를 제대로 둔 것이 큰 몫을 했다. 당시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 내 구조개혁기획단에 5대 그룹을 맡기고 그 외에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통해 워크아웃 등으로 살릴 기업은 제대로 살리고 경쟁력이 없는 곳은 매각과 퇴출 작업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정부는 위기가 더 심해지기 전에 확실한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타이밍이다. 사후약방문식으로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수술하겠다고 덤비면 백전백패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면서도 정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