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외환보유액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달러에 수요가 몰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3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4,002억1,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89억6,000만달러 줄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잔액 기준으로도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2018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은은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 달러 강세에 따른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 감소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85원70전까지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 차원에서 보유한 달러화를 시장에 매각했다는 뜻이다.
또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이 일시적으로 달러 대비 약세를 띠면서 외환보유액에서 해당 통화로 표시된 자산들의 달러화 환산 가치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달 말 주요 통화 대비 미 달러화 지수는 99.18로 전월 대비 0.7% 강세를 보였다. 외환보유액 구성을 보면 유가증권(3,576억달러)이 한 달 전보다 136억2,000만달러 줄었다. 예치금(317억2,000만달러)은 46억2,000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33억2,000만달러)은 4,000만달러 각각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27억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000만 달러 줄었다. 금(47억9,000만달러)은 한 달 전과 같았다.
올해 2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었다. 중국(3조1,067억달러)이 가장 많고 일본(1조3,590억달러), 스위스(8,550억달러)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