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특별자치도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찾아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4.3 희생자 추념식을 찾은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두 차례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국회에 제출된 4.3 특별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등을 담고 있는 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017년 12월 발의돼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생존희생자는 물론 1세대 유족도 일흔을 넘기고 있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들도 고령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서 개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를 언급하며 “해방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많은 아픈 과거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면서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3사건의 피해자인 제주도민을 각별히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4·3은 제주의 깊은 슬픔이다.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며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사건의 재조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3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지 16년 만에 ‘추가진상보고서’ 제1권이 나왔다. 집단학살 사건, 수형인 행방불명과 예비검속, 희생자 유해발굴의 결과를 기록했고, 피해 상황도 마을별로 정리했다”면서 “교육계와 학생들의 피해를 밝히고, 군인·경찰·우익단체의 피해도 정확하게 조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올해 시행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4·3에 대한 기술이 더욱 많아지고 상세해졌다. 4·3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하고, 진압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되었음을 기술하고 있다”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제주도민들의 노력과 함께 화해와 상생의 정신까지 포함하고 있어 참으로 뜻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달 말 개소하는 4·3트라우마센터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마음속 응어리와 멍에를 떨쳐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관련 법률이 입법화되면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추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 임원을 대폭 축소한 채 진행됐다. 예년 참석자 규모의 1% 수준인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 60여 명과 더불어 주요 정당 대표, 제주지역 주요 기관장, 4.3단체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