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가 몇천원 넘어서 받지 못하네요.” “1인 가구는 기준점이 너무 낮지 않은가요.”
정부가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으로 본인 부담 건보료 합산액 소득 하위 70%라는 선정 기준을 발표한 직후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끓고 있다. 소득 기준 시점이 지난 2018년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다는 점과 함께 지나치게 기준선이 낮다는 지적 등 100만원의 혜택을 기대했다가 제외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보료의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인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인 지역가입자 모두 2018년 소득이 기준이 된다. 100인 미만 사업장은 3월까지 연말정산을 완료한 후 4월부터 전년 소득(원천징수액)을 적용하기 때문에 월급쟁이들도 통상 2019년 소득이 아니다. 즉, 현 소득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므로 최근 소득이 급감한 경우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기침체로 생활이 힘든 가운데 갖고 있는 자동차나 집 때문에 몇천원 차이로 기준을 넘게 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회사와 반반씩 부담하는 반면 자영업자들의 건보료는 100% 본인 부담이다. 반대로 2018년 소득이 적었다가 최근 코로나19 특수를 누려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양성일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어들었으나 건보료에 소득 감소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하면 이를 반영해 판단할 수 있게 다양한 보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직장가입자 가구, 지역가입자 가구, 직장·지역가입자가 모두 있는 혼합 가구에 대해 각각 70%를 매겨 기준점을 세웠다. 그럼에도 자신은 약간의 차이로 10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웬만한 직장에 다니는 중산층 맞벌이 가구 역시 부부의 건보료를 1대1로 합산해 반영하므로 발표된 건보료 기준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가구는 소득이 같아도 지출이 더 많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인 가구 역시 직장가입자는 8만8,344원, 지역가입자는 6만3,778원이 기준인데 “먹고 살기 힘든데 해당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1인 가구가 결합한 2인 동거 가구는 각각 40만원씩 80만원을 받지만 자녀가 없는 부부는 이보다 적은 60만원을 수령하는 맹점도 있다. 70% 경계선에 있는 경우에도 희비가 갈린다. 70% 바로 밑의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게 되면 소득 71~75%인 사람들과 소득 역전이 생기기도 한다. 정부는 하위 70% 중 고액 자산가를 배제하더라도 기준선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70% 위로 기준을 높이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 같은 한계에도 건보료를 활용하기로 한 것은 가장 최신 자료를 활용해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고, 대부분의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별도 조사 없이 대상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을, 지역가입자는 사업·근로·이자·연금 등의 소득과 주택·토지·자동차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계산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