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고액자산가 '컷오프 기준'은 또 미뤄...총선 의식했나

[재난지원금 혼선 지속]

9.1조나 풀면서 구체적 마스터플랜도 안세워 논란

종부세, 부유층 가르는 명확한 지표 안돼 반발 부담

건축물까지 포함하는 재산세와 비교해 기준 정할 듯

윤종인(오른쪽)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종인(오른쪽)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0425A03 긴급재산지원금야근


정부가 3일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를 선정하는 원칙을 공개하면서도 고액 자산가에 대한 ‘컷오프(배제)’ 기준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와 4·15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0만명 내는 종부세, ‘부유층’ 지표 아냐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걸러내는 컷오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건강보험료를 기반으로 한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더라도 고가 아파트나 토지를 소유해 종부세를 내고 있다면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컷오프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과연 종부세 대상자를 무조건 고액 자산가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 기준 개인별로 소유한 주택 또는 토지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주택(아파트·다가구·단독 등) 공시가 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 △종합합산 토지 5억원 △별도합산 토지(상가·사무실 부속토지 등) 80억원을 초과한 사람에게 부과된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고지 기준으로 전년보다 27.7% 늘어난 59만5,000명이었다. 공시가격 9억원은 시가로 환산하면 약 13억원 수준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창출능력이 현저히 낮은데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고 고액 자산가로 분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종부세는 ‘부유층’과 ‘중산층’을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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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종부세를 1차 기준으로 삼되 컷오프 라인을 공시가격 9억원보다 높이는 방안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종부세 대상자 전부를 컷오프 대상에 포함하는 대신 배제 범위를 좁혀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종부세 기준을 강화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종부세는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비주거용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고액 자산가에 가까운 건물주를 걸러내지 못한다.

상가·오피스텔 건물주 걸러낼 수 있는 재산세도 검토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종부세가 아닌 재산세를 컷오프 기준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토지 외에 건축물까지 과세 대상으로 삼는 재산세는 종부세보다 실질적인 고액 자산가를 컷오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인별로 과세하는 종부세와 달리 재산세는 과세 대상의 소재지를 중심으로 지자체별로 따로 내기 때문에 신속성 측면에서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비주거용 건물은 제외되는 종부세를 기준으로 삼으면 라인을 어떻게 끊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자산의 범위를 구체적이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종부세보다는 재산세를 컷오프 기준으로 삼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정부가 고액 자산가에 대한 제외 기준은 ‘관련 공적 자료 등의 추가 검토를 통해 추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조회가 어려운 금융자산은 컷오프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절차상 문제와는 별개로 정부가 이날도 컷오프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지 못한 것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떤 세목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지원 대상자를 걸러내든 경계선에서 탈락한 국민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염병 사태가 금방 종식될 것 같지도 않은데 구체적인 기준도 없이 10조원에 가까운 돈을 풀겠다고 나서는 것은 명백히 표심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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