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소화기내과 이정훈 교수와 김민석 임상강사 연구팀은 꾸준한 약물치료로 혈청 표면항원이 사라진 B형간염 환자가 항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16개 대학병원의 공동연구로 이뤄졌다.
B형간염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만 있고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없애주는 약은 없다. 다만 약을 복용하며 꾸준히 치료하는 환자 중 1년에 2~3%, 10년에 20~30%가량은 표면항원이 사라진다.
지금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해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으면 ‘기능적 완치’로 판단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유럽과 국내 진료지침에 따르면 표면항원 소실 후 항바이러스 치료 중단을 권장하지만 ‘끊을 수 있다’는 수준이다. 그 근거를 명확하게 입증한 연구가 없었고 표면항원이 소실되는 사례가 드물어 충분한 표본 수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간기능 악화, 간부전,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부득이하게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했고 그에 따른 내성, 부작용,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었다. 만성 B형간염은 세계에서 2억6,000만명이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더욱 흔하다.
이 교수팀은 항바이러스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서 혈액 내 표면항원이 사라진 환자 276명을 분석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유지했을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 안전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표면항원 재전환 빈도,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재검출, 간암 발생위험 등을 비교했더니 두 환자군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표면항원이 소실됐다면 항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16개 병원의 협조로 많은 표본환자 수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항바이러스 치료를 유지한 사람과 중단한 사람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다. 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항바이러스 치료 종료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치료 종료 시점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고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한 환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종료 시점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바이러스 치료 중인 만성 B형간염 환자 중 혈청에서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미국·유럽·한국의 간학회에서 권고하는 쪽으로 진료지침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간암이 있거나 간기능이 나쁜 간경화 상태인 경우는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될 수 있어 제외된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김민석 임상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증명이 필요하지만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던 문제였다”며 “국내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영국 소화기학회지(Gut, 영향력지수 17.943)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