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日, 2030 확진 속도 가팔라…"아베, 이르면 7일 긴급사태 선언"

"코로나 대책에 1,216조원 투입"

'경로 불분명 환자' 64% 달해

日 외출자제 등 강력대응 나설듯

美·유럽처럼 봉쇄령은 검토 안해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늘면서 확산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인 도쿄 내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일본 전체 확진자의 3분의1을 넘긴데다 20~30대 등 젊은 층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확산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7일 긴급사태를 선포해 코로나19 차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6일 아사히신문은 전날 도쿄의 신규 확진자 143명 중 64%가량인 92명이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라고 보도했다. 도쿄에서 처음 내국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월13일로, 일본 정부는 이 확진자의 동선을 분석해 다른 확진자들을 추적해왔다. 감염경로 파악 덕분에 도쿄 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그간 20명을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도쿄에서만 4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달 1일 66명, 2일 97명, 3일 89명, 4일 117명이 발생하는 등 이달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NHK에 따르면 이날 도쿄 내 신규 확진자는 83명이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비교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젊은 층의 감염이 늘면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전날 도쿄 신규 확진자를 연령대별로 구분한 결과 20대가 3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33명, 40대 20명 순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의 감염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정·재생상은 “도쿄에서의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경로를 모르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매우 긴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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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내 확산이 빨라지면서 일본 정부는 7일 국가 긴급사태를 선언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저녁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7일이라도 긴급사태 선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발령 대상은 도쿄도·오사카부·가나가와현·사이타마현·지바현·효고현·후쿠오카현 등 7개 광역지자체다. 닛케이와 교도통신 등은 긴급사태 발령 기간은 1개월가량으로, 다음달 6일까지라고 전했다.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일본 정부는 임시 의료시설 설치에 필요한 토지를 사용하는 등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긴급물자 수송의 요청 및 지시도 가능하다. 광역단체장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외출자제와 휴교,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제한 요청·지시도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을 목적으로 2013년 제정된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의 적용 대상에 코로나19를 추가해 총리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민 생활과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봉쇄령은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조법에는 강제로 외출을 금지하거나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을 막는 규정은 없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조치안을 발표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주말과 야간의 외출 자제를 요청한다”며 “외출 자제 요청은 자신과 가족, 소중한 사람, 우리가 생활하는 이 사회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 규모로 108조엔(약 1,216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규모다. 아베 총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가정과 중소·소규모 사업자에 대해 6조엔(약 67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지급한다”며 “무이자 융자를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전례 없는 26조엔(약 293조원) 규모의 납세 및 사회보험료 납부 유예는 물론 사업 지속을 지원하고 고용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대책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 30만엔(약 340만원)씩의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과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40조엔(약 450조원)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56.11포인트(4.24%) 급등한 1만8,576.30에 마감했다.

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긴급사태 선포 관련 뉴스가 담긴 전광판 앞을 걷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긴급사태 선포 관련 뉴스가 담긴 전광판 앞을 걷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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