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가 롯데푸드(002270)에 첫 투자를 집행하면서 지난 3주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신용채권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한 주 미뤄진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 매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많아 불씨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푸드가 6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4월 발행될 예정인 여타 기업들의 성공 여부로 쏠리고 있다. 동시에 여전채도 안정을 이룰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차환 발행은 4월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달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기아자동차와 호텔신라·한화솔루션·GS 등 10여곳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롯데푸드의 뒤를 이을 기업으로 롯데칠성과 오리온을 꼽는다. 오리온은 오는 16일 700억원 규모의 차환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롯데칠성도 1,500억원 규모를 발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수요예측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들의 신용등급은 롯데푸드와 같은 ‘AA(안정적)’다. 채안펀드가 차환 목적으로 발행하는 만기 3년 이하의 AA등급 이상 회사채만 매입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기업들도 기존 3·5·7년물에서 2·3년물로 발행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롯데푸드가 테이프를 잘 끊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채안펀드가 좀 더 공격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 발행시장도 더 빨리 안정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코로나19의 실물 타격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이와 함께 여전채 매입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도 여전하다. 여전채 자펀드 운용사는 이날 발행사들로부터 여전채 발행 물량·금리 등을 제안하는 입찰 메일을 제출받았다. 장기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말라붙은 만큼 채안펀드는 월말 만기 도래 물량의 50% 미만을 한도로 3년물만 받기로 했다. 매입 일정과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운용사가 발행사에 보낸 지침에 따르면 채안펀드의 매입 규모는 발행사가 제안한 물량의 0~100%다. 발행사가 여전채 발행 계획을 세워 제안을 해도 채안펀드가 매입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낮은 가격에 입찰하더라도 채안펀드가 매입해준다는 보장이 없으니 발행사들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에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민평금리 수준에서 급한 물량은 상당 부분 매입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대로라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일부 여전사는 발행 계획을 아예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