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계약우정’이 한 편의 시를 둘러싸고 이신영, 신승호, 김소혜, 열여덟 청춘들에게 찾아온 잔인한 시(詩)스터리의 포문을 열었다. 독특한 설정과 예측 불가한 전개, 특히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감각적 영상과 쫄깃한 텐션은 청춘 드라마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계약우정’의 시작은 강렬했다. 폐건물에서 피투성이가 된 찬홍(이신영)과 돈혁(신승호)은 제일고 후원자이자 청소년선도위원장 조평섭(장혜진)과 그 무리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얼굴 더 상하기 전에 빨리 그거 넘기자”라고 요구하는 그녀에게 “젖은 모래는 발자국을 기억한다”는 아리송한 구절을 읊고는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진 찬홍. 정신이 혼미해진 그의 눈앞에 신서정(조이현)의 추락이 환영처럼 나타났다.
시간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찬홍은 “딱 중간쯤만, 물 흐르듯이 살라”는 아버지 박충재(김원해)의 가르침대로, 언젠가부터 평균이 목표가 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어디에나 있어서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 힘든 ‘닌자’라는 별명대로, 그냥 스쳐 지나가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 없이 살았다. 그런 그의 인생을 바꾼 건 한 편의 시였다.
찬홍은 문학 수업 시간에 힙합 가사를 시로 적어냈다가 덜컥 백일장 학교 대표로 발탁됐다.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 빠져나가려던 그의 마음을 바꾼 건 외모 1순위, 성적도 1등급인 제일고 여신 엄세윤(김소혜)이었다. 미술 대표가 된 그녀와 함께 대회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찬홍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세윤과 꿈·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한껏 가까워졌고, “꺼내지 못한 말들이 마침내 너에게 닿아”라는 시 구절과 함께 설레는 첫사랑이 시작됐다. 그리고 “갑자기 왜 그 문장이 떠올랐는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던 그 시는 우수상을 받았다.
자신도 몰랐던 재능에 온 우주가 진동하는 줄만 알았건만, 그것은 “겨울 따위는 잊으라 말하는 잔인한 봄”의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일대에서 소문난 전설의 주먹 돈혁이 전학을 왔다. 학교에서 서정의 흔적을 찾아다니던 그는 찬홍이 백일장에서 쓴 시의 마지막 구절, “젖은 모래는 발자국을 기억한다”를 보고는 눈빛이 달라졌다. 서정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와 동일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돈혁은 찬홍이 학교 일진 김대용(이정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났다. 그리고 “그 시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라며 그를 구해주더니, 고맙다는 찬홍에게 다짜고짜 옥상에서 뛰어내리라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어 “알지? 일 년 전에 여기서 죽은 애. 니가 신서정 죽였냐?”라면서 무섭게 달려들어 옥상 난간으로 밀어붙였고, 찬홍이 “그 빌어먹을 시를 쓰지 말아야했다”는 말을 남긴 채 추락하는 충격 엔딩이 이어졌다.
이어진 프롤로그에 등장한 단톡방 대화는 의미심장했다. 누군가 “읽음 메시지가 떴다”고 알리자, “찾아내서 걔처럼 죽게 하자”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는 세윤이 서랍장 깊이 감춰뒀던 서정의 휴대폰과 관련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1년 전, 옥상에서 추락해 자살했다는 선배 신서정. 당시 학교에선 ‘이상한 사진이 있다’, ‘즉석 만남을 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지만, 경찰은 성적 비관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당시 발견되지 않아 의문으로 남겨졌던 휴대폰이 세윤의 손에 있었다. 1년 만에 휴대폰을 켜고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한 세윤은 소스라치게 놀라 두려움에 울부짖었다. 돈을 안 보내면 유포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동영상이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 죽는 걔, 휴대폰 어딨니?”라며 역시나 그 휴대폰을 찾고 있는 듯한 조평섭, 뭔가 무서운 걸 봐버린 후 진실 찾기와 묵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세윤, 서정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려는 돈혁, 그리고 그 빌어먹을 시 한 편 때문에 이 미스터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찬홍까지, 예측하지 못한 충격 사건들이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계약우정’은 오늘(7일) 화요일 밤 10시 KBS2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