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교원 대상 디지털 수업 활용 교육 면에서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교육 당국이 교원들의 디지털 교육 역량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 전국 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둘러싼 대혼란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칠레 등 7개국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조사에서 교사 전문성 개발 활동에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능력 관련 내용이 포함됐는지 묻는 질문에 한국 교사 29%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인 45%와 비교하면 16%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면 교사양성 및 자격 프로그램에 ICT 활용 능력 관련 내용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은 한국이 58%로 OECD 평균 54%를 약간 웃돌았다. 이는 임용, 교직 입문 시기에는 ICT 활용 교육이 이뤄지지만 교사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전문성 개발 활동)에는 ICT 활용 능력을 키울 기회가 적다는 의미다.
교사의 교육 목적 디지털기기 활용도를 조사한 표준화 지수에서는 한국은 -0.563을 기록해 7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교사들에게 디지털기기 사용 정책이 있는지 설문한 결과 국내 교사 44%만 ‘그렇다’고 답해 OECD 7개국 평균인 65%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OECD 37개국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학교 디지털기기 활용 환경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0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하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인터넷 광대역 혹은 속도는 충분하다’ 라는 질문에 동의(매우 동의 포함)한 비율은 83.44%로 OECD 평균 67.53%을 웃돌았지만 ‘교사들이 디지털기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전문적 자원에 접근 가능하다’ 문항에는 51.94%만 동의해 OECD 평균 64.69%보다 낮았다. 특히 ‘교사들에게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위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문항에는 19.13%만 동의해 56.69%를 기록한 OECD 평균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처럼 온라인 교육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자 교사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가 급하게 원격연수로 잠시 배워 실시하는 온라인 개학을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수요자 중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5년차 초등학교 교사도 “교사의 온라인 수업 컨텐츠 제작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학부모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온라인 수업 컨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환경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현 학교 상황을 볼 때 (가능한 학교는) 극소수 학교를 제외하곤 거의 ‘0’인 상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비상상황시 교육 공백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책연구부장은 “디지털 기기 활용이 교사 주도에서 학생 참여 수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