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재무제표 상의 부채가 1,700조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확장재정 영향으로 재정 건전성은 과거 두 차례 위기 이후 최악으로 악화했다.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충당부채는 94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를 열어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 의결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가결산 보고서는 감사원 결산 감사를 거쳐 5월 말 전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해 재무제표 상 국가 자산은 2,299조7,000억원, 부채는 1,74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56조1,000억원이다. 부채는 전년 대비 60조2,000억원(3.6%) 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적자 보전 등을 위한 국채발행 잔액이 50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재무제표상 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반·특별회계 상 총세입은 402조원, 총세출은 397조3,000억원으로, 4조7,000억원의 결산잉여금이 발생했다. 이 중 차년도 이월액(2조6,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1,000억원이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에 쓰이고,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다음 연도 자체 세입으로 처리된다.
총수입(473조1,000억원)에서 총지출(485조1,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를 냈다. 국가가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로 봐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09년을 비롯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1999년, 세수 결손이 났던 2015년 정도로 손에 꼽을 만큼 극히 드문 일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0.6%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실질적인 곳간 사정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8%로, 2009년 3.6% 적자 이후 10년 만에 최대다. 기재부는 “기업 실적 부진 등에 따른 총수입 증가세 정체와 확장재정, 적극 집행 등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3,000억원(0.5%) 늘었다. 최근 4년 간 100조원 안팎으로 늘어왔던 연금충당부채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정부가 2019 회계연도부터 장기재정전망 상 하향 조정된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은 2.1%에서 2.0%로 낮췄고, 임금상승률은 5.3%에서 3.9%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연금충당부채가 96조2,000억원 감소하는 효과를 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전망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면서 “국가회계법령 연금회계처리지침에 따라 2020년 장기재정전망 상의 임금 및 물가 상승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미래 가치를 현재가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은 저금리 영향으로 3.35%에서 2.99%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연금충당부채는 77조원 늘어나는 효과를 냈다. 할인율이 낮아질수록 현재가는 커지는 효과를 낸다. 공무원 수 증가 등으로 인한 실질적인 부채 증가 요인은 15조9,000억원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편, 국유 건물 가운데 재산가액이 가장 높은 건물은 정부세종청사(1단계)로 4,400억원이었다. 2013년 입주한 세종청사 2단계 건물은 4,005억원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광주광역시 광산동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3,009억원으로 세 번째로 높았다. 경부고속도로의 2019년 말 현재 재산 가치는 12조2,000억원이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