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 자산매각·감원 '생존 방파제' 쌓는데...정부는 우왕좌왕

[포스트 코로나19 구조조정 태풍 온다]

<상> 기업 살리되 한계기업은 솎아내야 - 대기업

CJ 부동산 매각 추진, SK 美에너지사업 조정 검토

정부 경험부족으로 구조조정 명확한 원칙도 못세워

기업 선제대응 빛 보려면 살릴 곳은 확실히 지원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경제를 흔들고 장기화할 가능성에 우량 기업들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며 생존 방파제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사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에 유휴자산은 물론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잉여 인력 감축에 적극적인 것이다. 반면 10여년 만에 갑작스럽게 닥친 경제위기에 경험이 별로 없는 정부는 구조조정 등에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어 이미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조차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소비·생산이 타격을 입고 향후 기업 환경마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자 삼성·SK·롯데·CJ 등 대기업들이 일제히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차세대 기술로 점찍은 ‘퀀텀닷(QD)’으로 사업 전환 속도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외식 사업의 피해가 커지자 CJ그룹은 CJ푸드빌 등 식품 자회사의 부동산 매각과 신규 매장 출점 보류, 경영진 급여 반납 등에 나섰다. CJ CGV 역시 35개 상영관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임원 급여를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행 중이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은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오프라인 매장 등이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백화점·마트·슈퍼 등 전국 700여개 점포 중 30%를 정리하기로 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최근 65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계열사인 두산건설 매각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이닉스에 이어 ADT캡스 등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온 SK그룹도 코로나19에 저유가까지 덮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SK는 우선 투자를 늘려온 미국의 에너지 사업 등에 대해 매각 및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확산된 ‘재택근무’ 경험을 업무 효율화와 잉여 인력 감축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L그룹의 한 임원은 “재택근무가 늘면서 임직원들의 업무 분담이 이전보다 훨씬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현장에 복귀해도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구분해 ‘생산성을 높이라’는 최고경영진의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허재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위기가 클수록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력감축에 나서는 경향은 있다”고 지적하며 “위기 이후 전문 인력 확보 등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에 대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반면 정부는 아직 기업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놓고 분명한 원칙도 확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2일 금융위원회는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며 대기업 지원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다음날 “국민 경제적으로 중요한 기간산업들이 필요한 다양한 정책지원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엇박자를 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증유의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자금 지원을 철회한 쌍용차도 위기를 맞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일 대기업 지원 방침을 설파하며 조율에 나섰다.

박철우 산업기술대 부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는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할 뿐 각기 다른 산업별 영향에 대해 신속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항공업 위기의 경우 정부가 경험도 없다 보니 후속대책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경제위기 후 당연한 수순인 구조조정에 명확한 방향과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도 빛을 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시장의 큰손이던 사모펀드(PEF) 등이 금융시장 신용경색으로 자금 확보 등이 어려워 기업이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려 해도 받아줄 곳이 없다”며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로 각국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흐름이 지속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승인을 얻어야 하는 대형 M&A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렵게 성사시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유럽연합(EU)·일본 등 경쟁국의 견제로 다시 어그러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문제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안주해 있다. /손철·김상훈·백주연기자 runiron@sedaily.com

손철·백주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