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저비용항공사 9곳 난립 '생존기로'...'10년 구조조정' 造船을 반면교사로

[포스트 코로나19 구조조정 태풍 온다]

한일갈등에 매출 곤두박질 치는데

작년 3곳 또 승인...동반 고사위기

정치권 개입땐 '조선 전철' 불보듯

독립적 구조조정 시스템 마련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전(全) 산업이 ‘강제적’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포퓰리즘 등 정치 논리에 휘둘려 10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조선업 구조조정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9곳이 난립하며 과열 경쟁을 벌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생존 기로에 서 있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대표적 사례다.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어부산(298690)의 부채비율은 812%로 전년(99%) 대비 8배가량 치솟았다. 1인 여행 특수를 타고 호황을 누리던 LCC는 한일 갈등이라는 외부 충격에 갑자기 경영이 악화됐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089590)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170%에서 351%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진에어(272450)(95%→267%)나 티웨이항공(091810)(91%→328%)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이들 LCC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가 항공사들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것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유례없는 과열경쟁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LCC는 9곳으로 인구 3억3,264만명에 달하는 미국과 같은 숫자다.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 대국 중국(13억9,402만명)보다도 3개 업체가 많은 수준이다.


LCC가 난립하게 된 배경은 지역 간 ‘나눠 먹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6곳의 과당경쟁 체제였던 LCC는 지난해 정부의 면허 승인으로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등이 추가됐다. 한일 갈등으로 이미 LCC 매출이 급감하던 상황에서 추가 사업자가 뛰어든 것이다. 결국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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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지원 압력이 거세지면서 생존이 쉽지 않은 LCC들도 연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점이다. LCC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데다 고용인력이 많아 정치 바람을 타며 구조조정이 쉽사리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항공업이 조선업 구조조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50여개가 난립했던 중소 조선사는 지난 10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5개로 줄었다. 대형 3사 체제도 최근에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해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됐다.

성동조선이 최근 새 주인을 찾는 등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10년 동안이나 구조조정이 지속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뒷걸음질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늦어진 것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조선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어서 번번이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갔고 그 탓에 효과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기업 금융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해당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첫번째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권은 구조조정을 하는 게 아니라 부실을 되레 심화시킨다”며 “감원 중심의 기존 구조조정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하지만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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