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무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보험사의 취약점을 상시감독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나선다. 자본여력이 부족하면 경영진과 대주주 면담을 통해 자본확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7일 보험분야 온라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개별회사가 환경변화에 시의성 있게 대응하도록 취약분야 상시감시를 강화하겠다”며 “금리민감도가 높거나 자본여력이 부족한 회사를 상시 감시하고 필요할 경우 경영진·대주주 면담을 통해 자본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개별 보험사의 위험수준에 따라 단계별 대응을 예고했다. 상시 감시 과정에서 취약성이 예상되면 자본확충 등 자율적 경영개선을 유도하고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자율개선협약 체결 및 검사 등의 적극적 개선조치에 나선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AIG, ING 등 글로벌 보험사 본사의 위기가 국내 보험사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사례가 있는 만큼 외화 유동성, 영업실적, 해약 등의 유동성 리스크를 수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단기실적과 외형 확대 목적으로 고위험상품을 집중 판매하고 있는지 판매실태를 점검하고 감독국 및 검사국이 긴밀히 연계해 해외부동산, 인프라투자(SOC), 특수목적법인(SPC) 등 고위험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업무설명회에서는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의 배당자제권고와 상여금 지급 제한 및 연기 권고 등의 사례를 반복해 소개하며 국내 보험사들 역시 배당 자제 및 상여급 지급 자제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원희정 생명보험검사국 팀장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실물경제 지원을 강조하면서 배당 자제를 권고했는데 배당 자제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를 1년 늦춘 2023년1월로 결정하면서 업계에선 IFRS17 시행에 맞춰 도입을 준비 중이던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 시기도 1년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에 대해 박지선 보험감독국 부국장은 “IFRS17 및 킥스 도입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올해 계획된 계량영향평가 등을 통해 회사별 도입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 세부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량영향평가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로 급격한 금리 하락으로 앞서 진행한 1~2차 계량영향평가 당시에 비해 저금리 부담이 더욱 커진 만큼 3차 영향평가에선 더 많은 보험사들이 기준치에 미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킥스 도입시기 연기나 규제 강도 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심각’ 단계의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이하로 낮아지지 않는 한 대면검사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일부 부문검사는 서면검사로 대체하고 종합검사는 다소 일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또 종합 및 부문 검사에서는 보험금 지급 거절 시 성과로 인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 등 불공정한 보험금 지급 관행을 유발하는 요소를 파악하고 보험법인대리점(GA)에 대해서는 안내자료, 영업교육자료의 적정성 및 내부통제 점검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처가 대폭 확대 개편되면서 올해부터는 보험감리국이 수행하던 사후 감리업무를 생보검사국과 손보검사국이 나누어 맡는다. 이에 따라 검사국과 금소처는 협업을 통해 민원 분쟁정보를 토대로 이상 징후를 조기 포착하고 분쟁 소지가 큰 약관과 상품에 대한 선제적 감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원 팀장은 “사후감리와 검사업무가 연계되면서 특정상품군에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면 현장검사를 적시 시행하는 방식으로 적기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