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몰린 신흥국 경제를 돕기 위해 신(新) ‘마셜 플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셜 플랜은 2차 대전 직후 미국이 서유럽 16개국을 대상으로 펼친 경제 원조계획을 말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의 화상통화에서 이같이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마셜 플랜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계획은 일방적인 차관이 아니라 개발 협력”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신흥국 지원에 나선 국제통화기금(IMF)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IMF의 75년 역사상 이렇게 많은 국가(85국)가 긴급 자금을 요청한 적은 없었다”며 “IMF는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대출 여력을 필요한 만큼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신흥국 중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큰 타격이 예상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 금융정보업체인 레피니티브 등의 자료를 종합해 올해 신흥 시장이 69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이라며 멕시코의 경제성장률은 -6%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3.0%)은 물론 터키(-2.0%), 러시아(-1.5%)보다도 훨씬 저조한 수치다. 민간 금융사들은 유가 하락도 침체를 부채질하면서 멕시코 경제가 올해 7~8%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멕시코 재계에서는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책에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이나 감세 등 조치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빈곤층 지원과 고위 공직자 급여 삭감, 9개월 내 일자리 200만개 창출 등이 골자였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또한 멕시코에는 체계 밖에 있는 비공식 노동자 비중이 크다며 코로나19 봉쇄 조치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