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일부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봉쇄령을 해제하는 등 유럽 일부 국가의 봉쇄령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였다는 판단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섣부른 봉쇄령 완화로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티롤주(州)는 지난달에 내린 봉쇄령을 이날 해제했다. 귄터 플라터 티롤주지사는 일간 확진자 증가율이 5% 미만이며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는 점을 해제 배경의 이유로 꼽았다.
오스트리아에 이어 덴마크도 오는 15일부터 탁아소와 유치원·초등학교 등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제한조처를 풀 계획으로 알려졌다. 체코도 14일부터 자국민의 해외여행 금지 조처를 우선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도 단계적 봉쇄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 국가 대부분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스페인은 사망자 급증으로 수도 마드리드의 공동묘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시신 처리마저 힘든 상태이며 확진자 수가 11만명을 넘은 프랑스 역시 일일 사망자 증가율이 16%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봉쇄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국은 일일 확진자가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누적 확진자 수가 5만6,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로 중환자실(ICU)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지만 영국 정부가 과거 전임 총리의 건강상태가 나빠졌을 때도 사실을 은폐하거나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리더십 공백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봉쇄령 해제가 자국뿐 아니라 이웃 국가의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WHO는 봉쇄령 완화가 너무 이르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7일 화상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너무 일찍 대책을 내려놓아 바이러스가 재확산하게 하지 않는 것”이라며 “너무 일찍 병상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병이 도지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