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탐욕과 책임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영화 ‘마스터’는 수 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킨 희대의 사기범과 형사들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을 배경으로 한다. 극 중 사기범은 피해자 수만 명의 피땀 어린 돈을 들고 해외로 도주해 호화로운 저택에서 경호원을 거느리며 호의호식한다. 하지만 결국 현지까지 쫓아간 주인공의 끈질긴 사투 끝에 범인을 붙잡고 빼돌린 돈을 피해자들에게 되돌려 준다.

지금은 기억에서 많이 잊혀 졌지만 우리나라에도 국가경제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친 수많은 금융비리 사건이 존재했다. 무려 2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31개의 부실저축은행을 정리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경우만 하더라도 6조원 규모의 불법대출, 3조원대의 분식회계 등이 적발됐다. 기소된 사람만 70명이 넘어 단일 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비리 사건이었다. 저축은행 부실이 주로 부동산 경기침체로 촉발됐다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횡령·배임 등 불법·부당행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 파산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조사해 부실책임을 추궁하고 은닉한 재산을 회수하는 일을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파산한 금융회사가 500여개, 부실관련자만 해도 1만 여 명이 넘는다. 금융회사 파산은 신용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금융산업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면서 수많은 피해자도 양산한다.

관련기사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후순위채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구제받지 못한 피해금액은 예보가 파산한 저축은행의 자산을 회수해야 돌려줄 수 있다. 예보는 파산 저축은행을 관리하며 자산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첩첩이다.

2012년 파산한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에 많은 자산을 투자했다. 예보가 회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부실관련자의 현지 정관계 로비 등으로 인해 힘을 쓰기 어려웠다. 국가 간 상이한 법체계 등으로 현지 법원에서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가며 수 년 간 회수에 진전이 없었다. 한 기관의 힘으로는 부실관련자와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예보는 국회·정부·검찰·언론 등의 협조를 얻어 캄보디아에 장기간 잠적·수배 중이던 부실 관련자를 지난해 말 송환하고 지난 2월 6년 만에 프놈펜 신도시사업(캄코시티) 관련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를 통해 6,8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부산저축은행 계열 3만8,000명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발생 가능한 금융비리에 경종을 울리고 예금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실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추궁과 철저한 은닉재산 환수가 중요하다. 바르지 못한 것이 정의로움을 이길 수 없다는 사불범정(邪不犯正)을 되새기며 정부·국회 등과 긴밀히 협업해 부실책임자들을 엄단하고 국내외 숨어있는 부실관련자의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