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병사가 같은 부대 선임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신 치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군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 병사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시내 한 사립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당시 선임병(현재 전역) B씨를 대신해 수능시험을 봤다.
A 병사는 지난해 8월 19일 해당 부대로 전입을 왔고 B씨는 지난달 12일 전역했다. 수험표에는 A 병사가 아닌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험생 본인확인 등 교육 당국의 수능 시험 감독 업무가 매우 부실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B씨는 A 병사가 대신 치른 수능 점수로 서울지역 3개 대학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1일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제보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전해지면서 인지됐다. 교육 당국은 관련 제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인 뒤 군사경찰(구 헌병)에 수사를 의뢰했다.
군 관계자는 “공군 병사는 당시 선임병으로부터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 응시를 부탁을 받고 부정 응시했다”며 “국민신문고 민원 신고를 접수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일 군사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공군 측은 “병사의 2020학년도 수능 대리시험 사실이 있다”면서 “현 사안은 군사경찰이 조사하고 있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군사경찰은 A 병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대가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역한 B씨에 대해서도 경찰과 공조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A 병사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대리시험 대가로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