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원유 ETN 투자 조심" ...금감원, 소비자 경보 '위험' 첫 발령

최고등급 경보…제도 도입 8년만




금융감독원이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 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는데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려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경보는 금감원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 첫 사례다. 금감원 소비자경보 제도는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전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제도로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운영된다.

ETN은 원자재와 통화금리 변동성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이 자산의 성과대로 만기에 수익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게 지수 만기가 있고, 약정된 지수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서부텍사스유(WTI)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기본 구조에 레버리지를 활용해 변동성을 키운 상품이다. 지수의 2배 또는 3배의 레버리지를 추종한다.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 간 원유 분쟁으로 원유지수가 급락한 이후, 원유지수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상품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레버리지 ETN 상품의 월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올해 1월 278억원에서 3월 3,800억원으로 1,266.9%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자의 매수급증에도 유동성 공급을 담당하는 유동성공급자(LP)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뜻하는 괴리율이 급등하며 특정 상품은 괴리율이 95.4%에 이르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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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자산인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LP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투자자는 괴리율에 해당하는 가격차이 만큼 잠재적 손실을 부담하는 셈이 된다.

또 ETN을 상환할 경우도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괴리율이 커진 상품에 대한 매매정지를 시행하는 등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지만,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와 발행사가 큰 괴리율에 따른 손실위험을 알리고 있음에도 거래량과 괴리율이 폭증하는 등 위험이 확대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긴급히 최고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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