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계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빛내리(사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이 공동연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RNA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공개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진단용 고정밀 시약 및 치료제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확보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 교수와 장혜식 생명과학부 교수 겸 IBS 연구위원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이 같은 연구성과를 냈다고 9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질본과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원인으로 지목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공동연구팀은 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등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물론이고 숙주세포 침투 후 생산된 RNA전사체를 분석할 수 있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닌 RNA 형태의 유전자로 구성되며 숙주에 침투해 해당 세포에서 RNA를 복제한다. 또 그 하위 유전체는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을 합성해 복제된 유전자와 더불어 숙주세포 속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세포를 탈출하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앞서 중국 상하이 공중보건임상센터 등이 지난 1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DNA유전체 정보를 처음 공개했지만 해당 정보로는 유전자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예측만 할 수 있던 수준이었다. 김 교수 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게 됐다. 또한 해당 바이러스의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규명할 수 있게 됐다.
장 교수와 질본이 이번 성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 교수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RNA전사체 분석을 이번에 3주 만에 끝내 놀라움을 샀다. 장 교수는 앞서 올 3월16일 완벽한 전사체와 후성전사체 지도를 세계 처음으로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국제학술지 셀은 이번 연구성과에 대한 심사를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해 논문 게재 신청 후 한 달도 안 된 9일 우선적으로 게재했다.
김 단장은 “셀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게재를 결정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통해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에 대한 더 정확한 진단키트와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