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찾아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선 문 대통령 주재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가 열렸다.
제약기업을 비롯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 등이 집결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우리의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기존의 허가 받은 의약품 중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를 찾고 있다”며 ‘약물 재창출’ 이라는 국내 연구진의 개발법에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두 달만에 1,500여 종 중 후보물질 20여 종을 추려내고, 우수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고 개발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글로벌 제약사나 선진국에 비해 자원이 부족하고, 의약품 개발 경험이 적지만 2015년 메르스 감염 사태를 겪으며 당시의 어려움을 거울삼아 기술 개발에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방역 기술력’을 ‘백신·치료제 기술력’으로 이어가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 차원의 전폭 지원을 약속하며 “생물안전시설을 민간에 개방하고, 감염자 검체나 완치자 혈액과 같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자원도 제공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2,100억원을 투자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신종 바이러스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시설을 직접 시찰하며 연구진들과 대화를 나눴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에게 ‘약물 재창출’ 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임상에 돌입한 물질들을 소개했다.
류 소장 등에 따르면 약효성이 우수한 24개 의약품 가운데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천식약에 포함된 ‘시클레소니드’라는 약물과 구충제 성분의 ‘니클로사마이드’ 등 2가지다. 이미 임상연구를 착수했으며 일부 환자에게 투여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 약물 재창출이이라는 방법의 치료제 개발에서는 지금 우리가 상당히 좀 앞서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요? ”라고 묻자 류 소장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약물 추출 과정을 설명하는 파스퇴르 연구원에게도 “지금 얼마나 다가갔습니까?”라며 재차 묻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주부터 임상실험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구충제 성분’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직접 의문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주로 천식약은 본래 항바이러스제니까 그럴(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구충제는 그쪽하고는 좀 무관한 거 아닌가”라며 “무언가 좀 엉뚱한 느낌이 좀 든다”고 언급했다.
김승택 연구팀장은 이에 대해 “의외로 예전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나,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 항바이러스 효과를 본 적이 있었다”면서 “(니클로사마이드 약물을) 우리 폐에 전달할 수 있는 제형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지금 관련 논의들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배석한 장관들을 향해 “행정 지원도 아끼지 마시고, 돈도 아끼지 마시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기부나 복지부만의 힘으로 부족하면 기재부를 끌어들여서라도, 이 부분만큼은 끝을 보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