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연준이 투기등급 회사채 사는 세가지 이유 ① 2분기 -40% 역성장…파월도 “일시적 경기충격”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국 연방준비제도. /로이터연합뉴스미국 연방준비제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투기등급 회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연준은 투자등급 채권만 사들여왔는데 이번에 이를 깬 것이죠. 미 경제방송 CNBC는 이를 두고 “더 큰 바주카포”라고 할 정도입니다. 왜 연준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을까요. 세 가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①예상보다 더 날카로운 경기 하강


JP모건은 이날 2·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40%로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실업률은 2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JP모건은 3주 새 1,680만명의 실업급여 청구는 대규모 실업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처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에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 수요쇼크만 생각했는데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노동의 질과 효율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롬 파월 파월 연준 의장도 “2·4분기 경제성장은 매우 취약하고 실업률도 일시적으로 매우 높을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이후 강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어쨌든 최소한 2·4분기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로 텅빈 뉴욕 맨해튼의 거리. 소매점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요감소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코로나19로 텅빈 뉴욕 맨해튼의 거리. 소매점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요감소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②추락하는 기업실적…더 커진 부채


코로나19가 불러온 수요쇼크는 기업의 실적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월가에서는 다음 주부터 본격화하는 1·4분기 실적 발표가 어닝쇼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당장 스타벅스는 주당순이익(EPS)이 32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6.7%나 급감했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 자동차 업체들도 매출액이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로나19에 GM(-7.1%), 혼다(-19.2%), 피아트크라이슬러(-10.4%), BMW(-17.4%), 닛산·미쓰비시(-28.1%), 도요타(-8.8%), 폭스바겐(-13.9%) 등 주요 업체의 판매실적이 1·4분기에 줄줄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보잉 같은 업체들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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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부채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2주간 미국기업들의 은행대출은 약 3,600억달러나 증가했습니다. 보유현금이 부족한 소매업체들의 경우 ‘매출감소→현금고갈→부채차입’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돈을 빌려주거나 채권을 매입해줄 곳이 없으면 이들은 도산의 길을 가게 됩니다. 이 경우 고용악화라는 악순환의 골이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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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CLO 등 약한고리 매듭지어 금융시장 안정

투기등급 회사채에 연준이 뛰어드는 것은 결국 금융시장의 약한고리를 강하게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확장한 것이 주택저당증권(MBS)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입니다. 특히 CLO는 과거 금융위기 때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유사해 문제가 지적돼 오던 부분입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발행된 CLO는 약 7,000억달러인데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 은행들이 갖고 있는 CLO는 995억달러로 1,000억달러에 육박합니다. 지난 한 해만 12%나 폭증했는데요.

금융위기 때 봤듯 CLO는 경기침체가 찾아오면 높게 받은 신용등급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원래부터 신용도가 낮은 것을 갖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죠. 연준의 조치는 CLO처럼 위기 때 리스크가 큰 것과 투기등급 채권을 사들여 금융시장을 선제적으로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연준이 매입 채권의 기준으로 1차로는 투자등급인 2020년 3월22일 현재 BBB-/Baa3를 하한선으로 제시했지만 이때는 투자등급이었는데 그 뒤에 등급이 내려가는 경우 매입날짜를 기준으로 투기등급인 BB-/Ba3이면 살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이유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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