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엄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도 5일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의 투표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10~11일 진행되는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느 때보다 강한, 더 나은 정치를 위한 국민의 주권행사 의지, 투표권을 행사하면서도 ‘인파 분산’을 통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인사도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여야가 높은 투표율로 초래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사전투표율은 12.14%로 전국 3,508개 사전투표소에서 총 533만9,786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 사전투표 시작일인 2016년 4월8일 투표율 5.45%(229만6,387명)보다 무려 6.69%포인트나 높다.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치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호남 지방의 투표율이 특히 높았다. 전남과 전북·광주의 투표율은 각각 18.18%, 17.21%, 15.42%로 1~3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높은 사전투표율의 요인으로 더 나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 많은 유권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본 선거일을 피해 투표하려는 양상을 꼽았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은 내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것이라는 믿음인 정치적 효능감이 크거나 정치와 정권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나 분노가 클 때 올라간다”며 “지금의 높은 투표율은 후자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선거 당일 투표소가 복잡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미리 투표에 나선 시민이 많은 것 같다”며 “사전투표 문화가 점점 정착되고 있는 것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이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여야는 유불리를 따지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어느 당 지지자의 투표율이 높으냐가 변수가 될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투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층, 30~40대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런 측면에서는 불리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이 투표장에 나올수록 투표율은 올라갈 것이고 (이는) 우리 당에 유리하다”고 했다.
총선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높은 투표율이 여당 또는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 교수는 “만일 최종 투표율도 높다면 분노지수나 실망지수가 높은 유권자가 많다고 해석할 소지가 있다. 야당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9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당일에는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이 밀릴지 모르니 사전투표로 인원이 분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장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도 동행했다. 정 총리 내외도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임지훈·김혜린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