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빌 게이츠다. 정부 방침에 따라 자택에 머물고 있는 그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종횡무진 누비며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가 앞으로 인류의 위협은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일 것이라며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지난 2015년 TED 강연에는 네티즌들의 ‘성지순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일찌감치 백신 개발을 실행에 옮겼다. 그가 설립하고 약 54조원을 기부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2017년 각국의 자선단체들과 손잡고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백신의 빠른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다. 또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도 2000년부터 15억달러 이상을 기부해왔다.
특히 빌 게이츠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과도한 비관주의와 성급한 낙관주의를 모두 경계하며 이성적인 균형을 잡아오고 있다. 특히 경제 타격을 우려해 셧다운 기간을 줄이고 싶어 조바심을 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그는 “내 생애 최악의 경기침체가 올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언젠가 회복될 수 있지만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며 “셧다운 조기 해제는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라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선진국의 감염자 숫자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현시점에서 그의 가장 큰 걱정은 개발도상국으로의 확산이다. 부자 나라들조차 맥없이 무너졌는데 영양과 의료기반이 부실할뿐더러 사회적 거리두기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번지면 차원이 다른 희생이 따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나라까지 도와야 하느냐’는 서구 언론들의 질문에도 빌 게이츠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일뿐만 아니라 부자나라들에도 도움이 되는 현명한 투자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아무리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국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는 지구상을 떠돌다가 언제든 선진국으로 재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해외를 돕는 일에 인색했던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지적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바이러스 앞에서는 인종이나 국적의 구분 없이 인류는 하나의 운명에 처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더 어려운 나라를 돕는 일은 인도주의적 조처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정상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노력이기도 하며 아울러 그 어떤 공여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 바이오의 기술력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기까지 하다. 시기를 놓치지 않은 해외지원은 1석 3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