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원유감산 복병 된 멕시코...버티기 속내는

국영석유회사 재건 위해 증산 필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포석

풋옵션 매수로 저유가 타격도 적어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던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가 멕시코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삐걱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가 이날 감산 합의와 관련해 양자협상을 벌였지만 멕시코가 기존 할당량대로 감산하라는 사우디 측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는 최근 글로벌 감산 합의가 추진되는 가운데 느닷없이 튀어나온 변수다. 멕시코는 지난 9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합) 긴급 화상회의에서 잠정 합의된 하루 1,000만배럴 규모의 감산안과 관련해 유일하게 동참에 반대했다. 자국에 할당된 40만배럴 감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만배럴만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멕시코의 감산을 돕겠다고 화답하면서 합의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미국이 멕시코의 감산량 가운데 25만배럴을 떠안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주요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사우디가 멕시코의 감산량이 40만배럴에 미치지 못한다고 대치하면서 G20는 ‘유가 안정’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멕시코가 이처럼 버티는 속내에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하면서 오랜 자금난에 시달려온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의 재건을 역점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다. 현재 일일 170만배럴 수준인 생산량도 오는 2024년까지 25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SMBC닛코증권의 로저 혼 연구원은 페맥스 회생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자식’이라며 감산은 대통령에게 상징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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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대비해 미리 정한 가격에 원유를 팔 수 있도록 풋옵션을 사놓은 것도 멕시코가 강수를 두는 배경으로 꼽힌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져도 멕시코의 경제적 손해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다. 아르투로 에레라 멕시코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보험이 싸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것이었다. 정부 재정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1월 말까지 멕시코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20달러 수준에 머무를 경우 헤지 규모가 60억달러(약 7조2,75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풋옵션 매입을 ‘멕시코의 비밀병기(secret weapon)‘라고 평가했다.

감산 합의가 지지부진해지자 미국 공화당은 재차 사우디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사우디 에너지장관, 국방 차관, 주미대사와의 전화회의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사우디의 다음 수순에 따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12일 CNBC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저녁 OPEC과 산유국들이 감산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회의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에너지 장관들이 주재한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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