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 초·중·고교가 순차적 온라인개학에 돌입하면서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녀가 원격수업을 듣는 동안 부모의 학습지도가 필요하지만 다문화가정 엄마들은 한국어가 서툰데다 생업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문화 자녀 가운데서도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구 수는 2018년 기준 33만4,856가구로, 전체 가구원 수는 100만9,000여명에 달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다문화 가구의 평균 자녀 수는 0.95명이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8.3세였다. 하지만 실태조사에서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가운데 자녀교육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받거나 의논할 사람이 국내에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3.9%에 달했다. 만 6세 이상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응답자의 47.1%(복수응답 가능)가 양육 어려움으로 학업 및 진로정보 부족을 들었고, 40.9%는 교육비 및 용돈부담을 꼽았다.
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다문화 자녀들의 경우 온라인개학 이후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저학년 자녀의 53.4%는 학교수업 후 1시간 이상 집에서 부모 없이 방치됐다. 이 중 4~5시간 방치된 자녀는 19.8%에 달했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온라인개학 시 다문화 학생 학습지원 방안으로 EBS가 운영하는 한글교육 웹사이트인 ‘EBS 두리안’과 세종학당 등을 제시했지만 이는 원격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한 대책은 아니었다.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와 연계해 다국어 가정통신문을 제작·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다문화가정은 디지털기기가 있어도 학습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접근성이 교육격차와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가부는 교육부와 협력해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 방문교육지도사들을 원격수업 지원에 투입할 방침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방문교육지도사 1,700명이 1주일에 2회씩 다문화가정을 찾아 자녀학습 및 심리지원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온라인개학 지원업무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원만으로 33만 가구가 넘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는 “초등학생 저학년 자녀가 있는 가구에 우선 지원하고, 지원시간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