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업, 소재산업 일류화의 '첨병'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생명체 내에서 이뤄지는 물질의 분해와 합성, 즉 물질대사 과정 중에 부가적으로 생성되는 화합물을 2차 대사 산물이라고 한다. 아르테미시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똥쑥에서 발견한 2차 대사산물이다. 말라리아 병원충을 효과적으로 박멸하고 탁월한 해열 효과로 전 세계 말라리아 발생의 50%를 줄이게 한 물질이다. 이를 연구한 중국 중의과학원의 투유유 교수는 지난 2015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버드나무에서 분리한 아스피린,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페니실린, 팔각회향나무에서 분리한 타미플루 등 인류의 질병 치료에 중요한 물질은 모두 2차 대사산물들이다. 현재까지 약 16만종이 발견됐고 그 가운데 약 50%는 현재의 기술로 합성이 곤란하다고 한다.

최근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합성 생물학의 발달로 인공 합성이 어려운 화합물을 보다 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아르테미시닌 수요량의 3분의1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편집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함께 진화한 생물에서 유래한 천연화합물은 인공 화합물에 비해 독성과 거부 반응이 적다. 누에의 실크 단백질을 이용한 수술용 봉합실, 치아 임플란트용 차폐막, 인공 고막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미국 퍼듀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형광 실크를 이용한 의약품 위조방지 기술’은 식품과 패션, 생체인식 보안기술 등 타 산업 분야로의 확장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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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싹 보리에 있는 숙취 해소 성분인 사포나린이 헛개나무보다 많은 것을 밝히고 가공상품으로 개발한 기술은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농가소득향상에도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입증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을 대량으로 함유한 콩잎의 생산 기술도 산업화를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2018년 발효된 나고야 의정서는 국가 간 생물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국제협약이다. 외국산 자원을 활용할 경우 로열티와 유사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한국의 앞선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소재생산 기반마련에 투자를 늦출 수 없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약 26만점의 식물자원이 수집돼 있다. 세계 5위의 보유량이다. 농업미생물은행은 2만5,000점의 미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우수한 품종과 산업용 소재개발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영세한 국내 종자 기업들이 우리나라 유전자원 보유 수준에 걸맞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특성평가와 자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성평가 위주에서 대사 정보를 분석·제어해 유용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농업미생물의 국가연구시스템 개편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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