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값보다 수송에 드는 물류비가 더 비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수주도 뚝 끊겼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경북 경산의 기계부품기업 H사는 지난달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발주처의 급한 요청으로 호주 방위산업체와 일본 전동공구 업체에 조립부품을 항공 물류로 보냈는데 제품 가격보다 물류비가 오히려 더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제품을 선박이나 항공을 통해 해외로 보내는 물류비가 치솟으면서 빚어진 일이다. H사는 호주 방위산업체와 3년 간 2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고 장갑차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배모 대표는 “평소에는 운송기간이 한 달 정도 소요되는 배편으로 수출했으나 급하게 보내야 해서 항공편을 이용했다”며 “항공편 운송료가 평소보다 2.5배 오른 것은 물론 항공편 잡기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경북지역 중소기업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선박운행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종전 선박으로 제품을 수출해온 기업들이 항공 수출로 대체하면서 운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 수출상품의 현지유통 정체가 빚어지면서 물류창고 보관비가 늘어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 세계 입국제한으로 항공물류가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구미에서 전기전자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C사는 최근 해상물류 중단으로 항공운송을 이용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물류비가 무려 120배 폭증했다. 이 때문에 한 달 평균 3,000만원의 추가 물류비를 지출하고 있다. 구미의 S사 역시 해상에서 항공운송으로 대체하다 보니 물류비가 20배 치솟았고 지난달 8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섬유기계제품을 생산하는 경산의 I사의 경우 지난 2월과 3월 터키와 인도로 보낼 수출품을 17개 컨테이너에 선적해 해상운송을 했는데 물류비가 전년대비 15% 상승했다. 특히 인도로 수출된 섬유기계는 코로나19로 인해 통관절차가 늦어져 창고 보관료 등이 추가 발생하고 있다. I사 관계자는 “수출품이 인도 뭄바이에 하역 후 반출이 안 되고 발이 묶인 상황”이라며 “그나마 수주 받은 물량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수주도 없어 앞길이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물류비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수출 지원기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는 2·4분기 수출업계 애로요인으로 ‘수출 대상국의 경기부진’(17.2%)과 함께 ‘물류비용 상승’(10.8%)을 꼽았다. 또 관세청은 항공사의 운항 중단으로 화물수송 능력이 급감해 운임이 2배 이상 상승함에 따라 글로벌 무역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내 수출업체의 물류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경북도는 추경에서 25억원을 확보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중소·중견 수출 제조기업 약 500개사를 대상으로, 올 1·4분기 수출 물류비를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도와 경북경제진흥원이 오는 27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온라인으로 물류비 지원 신청서를 접수한다. 신청 기업에 대해서는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7월께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물류비 상승이 수출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원을 과감하게 늘렸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수출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안동=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