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에도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다. 대의원 수백 명이 최고인민회의에 집결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회의 결과 리선권·김형준이 각각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개편된 핵심 외교라인이 국무위원에 진입한 셈이다.
올해 초 외무상으로 파격 확인된 리선권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어 국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외무상 임명에 따른 당연직 성격의 지위를 모두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리선권과 함께 지위 변동에 관심을 모았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경우 별로도 호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국무위원 자격 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회의에서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군수담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정호(인민보안상)·김정관(인민무력상) 등도 국무위원에 진입했다. 리병철은 김정은 체제에서 핵무기 등 무기 개발을 지휘한 핵심 인물로, 작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집중 개발해 온 전술무기의 ‘성공’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명확한 역할이 확인되지 않았던 김정호의 경우 이날 노동신문에 상장 계급을 단 군복 차림의 증명사진이 실리면서 최부일 전 인민보안상의 후임이라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회의를 통해 신임 인사들이 국무위원에 진입하면서 리수용(전 국제담당)·태종수(전 군수담당)·리용호(전 외무상)·최부일(전 인민보안상)·노광철(전 인민무력상)은 국무위원에서 해임됐다. 이 밖에 내각 부총리로 양승호가 임명됐으며, 자원개발상, 기계공업상, 경공업상에 각각 김철수, 김정남, 리성학이 임명됐다고 통신은 공시했다.
당초 북한은 지난 10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예고했으나,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연기한 바 있다. 대신 김 위원장 주재로 11일 실질적 의사결정 기구인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개최됐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 등이 사전에 논의됐다.
하지만 정치국 회의의 경우 소규모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는 수백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총 68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