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신흥국 연쇄 부도 막자"...G20, 부채탕감 카드까지 '만지작'

[저소득 국가 부채 상환 유예 추진]

英언론 "올 상환 부채 면제땐

코로나 대처 실탄 31조 확보"

일각, 도덕적 해이 우려 제기

"아르헨 9번째 디폴트 임박"

중남미 14곳도 역성장 전망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위치한 예수상에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진 복장이 조명을 통해 투영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EPA연합뉴스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위치한 예수상에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진 복장이 조명을 통해 투영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이 받는 충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부채 덫에 빠진 신흥국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실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침체→재정악화→국가부도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주요20개국(G20)이 부채 상환 유예를 추진하는 것도 이들 국가가 연쇄 부도 위기에 빠질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채 상환 유예로는 부족하다며 G20을 압박하고 있다. G20 역시 채무 탕감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국제시민단체인 주빌리캠페인, 카리타스, 옥스팜 호주지부 등 8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호주 정부에 최빈국의 채무를 탕감하는 데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G20 회원이자 주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Paris Club) 회원인 호주가 이를 위해 오는 17∼19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소득 국가들이 올해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가 전면 탕감된다면 코로나19 대처에 활용할 자금으로 255억달러(약 31조950억원)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채권국들이 내년 채무까지 탕감해주면 이들 국가는 여기에 약 249억달러(약 30조3,500억원)를 추가로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IMF와 WB도 세계 76개 저소득 국가들에 대한 부채 탕감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수십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해줄 것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빈국들이 추가 채무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대출이 아닌 지원금 형태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국가들의 부도 위기 지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9번째 디폴트 위기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우려로 이미 디폴트가 예상되는 수준으로 폭락했다. FT에 따르면 2021년 4월 만기인 아르헨티나의 국제채는 3월 초부터 45%나 하락했다. 2017년 발행한 100년 만기 국채도 같은 기간 35% 넘게 떨어졌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하자 아르헨티나는 지난 5일 경기부양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12조원이 넘는 국채 상환을 연기했다. 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채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 채권자는 “아르헨티나가 투자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미 디폴트를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채권단과 협상을 앞두고 있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반영해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전했다. 이럴 경우 채권단과의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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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외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디폴트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중남미 국가 14곳은 이미 IMF에 6조원에 이르는 긴급자금을 요청했는데 역성장 전망까지 나오면서 국가 부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B가 12일 발간한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중남미 국가(베네수엘라 제외)들의 국내총생산(GDP)이 4.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중국과 주요7개국(G7)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남미 수출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관광업 붕괴가 카리브해의 일부 국가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나라별로는 멕시코의 GDP가 6.0% 감소하고 아르헨티나(-5.2%), 브라질(-5.0%), 칠레(-3.0%) 등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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