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축산가공 업체인 미국 ‘스미스필드’가 직원들 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우스다코타주 소재 돼지고기 가공 공장의 가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 각국이 식량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육류공급망까지 차질을 빚게 되면서 심각한 글로벌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미스필드는 이날 성명에서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 공장을 무기한 폐쇄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회사는 시설 방역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700여명의 직원 중 23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우스다코다 주정부가 최소 2주 이상 가동중단을 권고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스미스필드는 축산부터 베이컨·햄 등 가공물 생산까지 아우르는 업체로 운영이 중단된 사우스다코타 공장은 미국 내 돼지고기 생산의 4~5%를 담당한다. 켄 설리번 스미스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공장 폐쇄는 육류공급 측면에서 미국을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식료품점에 돼지고기를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만큼 세계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의 공장 폐쇄가 글로벌 식량난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식량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공장이 폐쇄되면서 육류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코로나19 감염으로 격리되는 직원들이 늘어날 경우 공급이 지연될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스미스필드 외에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이 잇달아 발생하며 육류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거대 쇠고기 생산업체 JBS는 펜실베이니아 가공 공장을 폐쇄했고 글로벌 식품업체 타이슨푸드는 직원 2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아이오와주 돼지고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19의 본격적 확산으로 글로벌 식량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각 국가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하며 식량 분양 등의 공급사슬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달 24일 쌀 수출을 금지했다가 수출량을 조절하는 조건으로 공급을 재개했고 캄보디아도 이달 5일 쌀과 벼 수출을 중단했다. 여기에다 해외 입국자의 비자발급 제한조치로 외국인 노동인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량 수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