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재계 오너가(家)의 자사주 매입이 줄을 잇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이라는 명분과 함께 일부 그룹은 승계구도를 염두에 두고 지분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구자열 LS(006260)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사진) LS 전무는 지난 8~10일과 이날 총 네 차례에 걸쳐 ㈜LS 주식 1만3,5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지분율은 2.60%로 특수관계인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구 전무 외에도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3,930주),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3,700주) 등도 지분을 늘렸다. 이번 매입으로 오너가 2·3세 지분율은 34.87%에서 35.04%로 높아졌다.
재계에서는 구 전무를 비롯한 LS그룹 오너 3세들이 대거 매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LS그룹은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의 세 집안이 총수를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구 전무는 구자열-구자은으로 이어질 2세 경영 이후 3세 경영에서 유력한 총수로 거론되기도 한다. LS 관계자는 “(오너 3세 등은) 개인적 차원에서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일 뿐 경영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GS(078930)그룹도 오너가가 지주사 지분 매입에 나섰다. ‘오너 4세’인 허세홍(사진) GS칼텍스 사장은 지난달 6일과 9일 지주사 ㈜GS의 보통주 3만4,133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분율은 2.24%로 4세 가운데 가장 많다. 이달 초에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도 2만6,000주를 사들였다. 같은 시기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치홍 GS리테일 상무, 차남 허진홍 GS건설 팀장도 2만5,000주씩 매수하며 지분율 방어에 나섰다. GS 관계자는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지분 매입에 대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과 맞물려 회사 매출구조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급락한 주가를 방어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의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자사주 대량매입이 오너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승계 비용을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개 관계자는 “주가가 저점일 때 매입해 증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승계구도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