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회사채 매입' 관전포인트] 정부보증의 10배 지원 검토…빨라야 5월말 시행 가능할 듯

SPV 통한 美연준 모델 도입 유력

정부 자본금 투입에 국회 동의 필요

금통위원 4명 임기 만료도 변수로

1415A08 한은, 회사채 매입 쟁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방식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관심이 한은에 쏠리고 있다. 한은법상 회사채·CP 직매입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해온 한은이 정부 보증과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통위 의결과 정부 보증 여부, 국회 동의 등이 필요한 만큼 넘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입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재무부와 의회의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연준의 긴급대출에 제약조건이 있었지만 이후 미 의회가 연준법 13조3항 법률을 개정했다. 미 재무부는 이에 따라 연준 대출프로그램의 손실 보전을 위해 재무부 외환안정기금(EFS)에 4,540억달러를 배정했고 한은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미국은 금융위기 당시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활동에 관한 법률과 절차를 미리 보완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SPV에 자본금을 투입하고 회사채 손실에 대해 보증할 경우 한은은 정부 자금의 10배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1조원을 공급하면, 한은이 SPV에 대해 10조원을 대출할 수 있다”며 “SPV가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특정 회사채가 부도 날 경우 한은은 정부가 투입한 자금에서 먼저 손실처리를 하게 된다. 이 총재가 SPV를 통한 회사채 매입을 언급하며 정부 보증을 전제하면서 시장에서 요구된 적극 대응의 공은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SPV가 CP와 회사채 등을 매입하면 채권시장에는 RP 매입보다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무제한 RP 매입으로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더라도 해당 금융기관이 위험을 감수한 채 저신용 채권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 채권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증 수준에 따라 한은이 매입할 회사채의 등급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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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대한 애로’가 있으면 정부 의견을 들은 후 한은이 금융업 등 영리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 총재가 정부 보증을 전제로 회사채·CP 매입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기획재정부는 정부에 공식 건의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논의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과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그동안 내놓은 대책의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시행 내용 결정과 시기는 적어도 한 달 후로 점쳐진다. 정부와 한은의 협의를 거쳐 정부 보증 안건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5월29일 전에 정부의 보증 결정과 국회 동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5월 말쯤에야 제도가 시행될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의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려 20대 회기를 넘길 경우 21대 국회에서 진행되므로 시기가 6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이달 20일로 금통위원 7명 중 4명의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는 점도 변수다. 신임 금통위원들이 참여하는 첫 정례회의는 5월28일인만큼 정례회의 혹은 그 전에 임시 금통위 회의가 열려 회사채 매입 안건이 의결되려면 정부의 보증 결정이 5월 중순 전에는 나와야한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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