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기한 개원 연기에...지쳐가는 유치원 교사들

초·중·고 순차적 개학에도 유치원은 감감 무소식에 불만

긴급돌봄 운영에 원격관리까지 도맡고 있어 업무량 가중

"원격관리는 온라인 개학과 똑같아" 수업일수 인정 요구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광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긴급돌봄교실 교사가 원아를 맞이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광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긴급돌봄교실 교사가 원아를 맞이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주부터 전국 초중고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시작된 반면 유치원 개학 소식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어서 유치원 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유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긴급돌봄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원격으로 유아들의 학습 관리까지 도맡고 있어 업무량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현재 유치원 운영 상황이 온라인 개학과 다르지 않다며 개학 전 이뤄진 원격 관리도 수업일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이달 9일 기준 서울 778개 유치원에서 신청자 2만1,346명 가운데 1만7,730명이 긴급돌봄에 참여해 참여율이 83.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 6일(82.3%)에 이어 80%대 참여율이 이어지는 것으로 지난달 19일(69.8%)과 비교하면 12%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1415A31 서울유치원긴급돌봄참여율


긴급돌봄은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가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 기간 운영하는 돌봄교실이다. 올해 2월 코로나19로 인해 처음 개학이 연기된 후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긴급돌봄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치원생들의 신청률이 가장 높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초 교육부가 진행한 긴급돌봄 3차 수요조사에서 유치원생들의 신청률은 13.4%로 초등학교(2.2%), 특수학교(5%) 대비 월등히 높았다. 온라인 개학 전까지 초등학교·특수학교와 비교해 유치원의 긴급돌봄 운영 부담이 가장 컸다는 뜻이다. 특히 사립 유치원의 경우 국공립 유치원과 달리 돌봄 전담사가 갖춰지지 않아 교사가 돌봄 업무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유치원을 제외한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결정해 유치원 교사들은 긴급돌봄에 투입되는 동시에 등원하지 않은 유아들에 대한 원격 관리 업무도 장기간 떠안게 됐다. 개학 연기가 결정될 당시 교육부로부터 학부모와 소통하고 유아 관리를 계속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와 한 달 넘게 이를 이행해왔는데 개학일이 정해지지 않아 이번 달에도 두 업무를 병행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교육청들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각 유치원이 각 가정에 ‘놀이 꾸러미’를 제공하고 매주 유선으로 원생들을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 사립 유치원 교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학연기로 인한 사립 유치원 교사의 절규’라는 글을 올려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유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업무 특성상 유아들과 함께하지 않을 때에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일보다 교재 및 교구 제작, 환경구성, 청소 및 소독 등 교사 여럿이 모여 공동으로 진행해야 하는 일이 더욱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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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들은 개학 연기로 법정 수업일수가 180일에서 162일로 줄 수 있지만 5월에 개학할 경우 방학이 줄어 교사들의 학생 평가 및 내년 수업 준비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격 관리도 수업일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공립 유치원에 재직 중인 이모씨는 “일주일에 세번씩 직접 제작한 수업 동영상을 애플리케이션에 게재하면서 학부모·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유치원 현장이 온라인 개학을 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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