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머디 워터스

2011년 6월, 35세의 젊은이가 만든 공매도 투자기관이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벌목업체 시노 포레스트의 회계장부를 파헤친다. 당시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호황을 만끽하기 위해 너도나도 시노의 주식을 사들였고 회사의 시가 총액은 60억달러까지 치솟아 있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시노의 대규모 가공 매출을 알아내 보고서로 폭로한다. 시노의 주가는 며칠 만에 80% 가까이 폭락했고 헤지펀드의 신화로 불린 존 폴슨마저 5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발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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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를 벼랑으로 내몬 곳은 카슨 블록(사진)이 설립한 ‘머디워터스(Muddy Waters)’였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블록은 2005년부터 미국 법률회사의 상하이지점에서 일했다. 그의 운명은 주식 중개인이었던 아버지 부탁으로 바뀌었다. 2010년 아버지는 오리엔트페이퍼라는 제지업체에 투자해도 될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허베이성의 공장 초입에 들어간 순간 블록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비포장도로에 기계 절반이 고장 나 있었고 썩은 골판지만 쌓여 있었다. 그는 보고서를 만들어 월가 지인들에게 보냈고 자신은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공매도를 걸었다. 주가는 사흘 만에 40%가 급락했고 그는 큰 이익을 취했다. 이후 그는 중국 회사들의 회계 조작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저승사자’로까지 불리게 됐다.


블록이 회사 이름을 지은 배경도 흥미롭다. 중국 병법의 ‘혼수모어(混水摸魚)’에서 따왔다. 물을 혼탁하게 한 뒤 고기를 잡는다는 뜻에는 공매도로 돈을 버는 그의 전략이 드러난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커피가 머디워터스의 매출 조작 보고서를 시인하면서 뉴욕 증시에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어 중국 최대 교육기업인 하오웨이라이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까지 회계 분식으로 머디워터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블록은 부정한 기업을 응징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라고 정당성을 말하지만 순수한 투자자들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국가 통계조차 신뢰를 못 얻는 중국과 매출을 부풀려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의 모습은 언제나 사라질까.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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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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