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신평사, 11곳 또 '부정적' 전망…44개社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SK에너지·넥스틸 등 전망 하향

강등 현실화땐 자금 확보 비상




신용평가사들이 하루에만 8개 기업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신용도 줄강등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향후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4일 신원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전날에는 SK에너지·에쓰오일·메가박스중앙·롯데컬처웍스·풍산(103140)·태평양물산·대성엘텍(025440)·넥스틸 등 기업 8곳의 전망을 강등했다. 이달 초에는 한국신용평가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올해 기업들의 펀더멘털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기업 11곳의 등급전망을 조정하면서 국내 신평사들이 신용도 하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국내 기업은 44곳으로 늘었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3~6개월 안에 실제 등급 강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다.


등급이 하락하면 향후 채권 유통시장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다. 전날 한화솔루션(AA-, 부정적)도 2,1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일반 기관투자가들이 청약한 유효수요는 하나도 없었다.

관련기사





정유업체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하면서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과 수익성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 됐다. SK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로 지난 2016년 6.1%에서 크게 쪼그라들었다.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725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에쓰오일 역시 정제마진 약세와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축소로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2017년 6.6%에서 지난해 1.7%로 하락했다.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 투자와 배당규모 증가로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이 2016년 말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까지 급등했다.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 이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산업환경이 악화된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도 등급 전망을 내렸다.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전년 대비 67% 줄었다. 3월은 감소폭을 키워 무려 87%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영화관 업체들은 잇따라 휴관하며 관객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국내 123개 영화관 중 5곳을 휴관했고 베트남(46개), 중국(11개), 홍콩(1개), 인도네시아(1개) 영화관도 영업을 중단했다. 메가박스중앙은 국내 101개 영화관 중 10곳을 휴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피치는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자동차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이라며 “회사의 영업실적과 재무 상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전망을 강등한다”고 밝혔다. 모회사인 현대차의 등급전망이 조정되면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역시 ‘부정적’ 꼬리표를 달게 됐다. 글로벌 신평사들이 올해 신용등급을 조정한 국내 기업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에쓰오일과 GS칼텍스, 현대제철, KCC,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LG화학, 이마트, LG디스플레이 등 10여곳이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