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의 해외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수요가 위축되며 잇따라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가고 있다. 현지 가전 유통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공장을 돌려봤자 재고만 쌓이는 만큼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절벽’에 따른 생산라인 셧다운이 자동차·타이어·철강에서 가전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브라질 마나우스 TV 공장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9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가동을 중단한 뒤 6일부터 재가동했다가 3일 만에 다시 셧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또 LG전자의 멕시코 멕시칼리 TV 공장은 이달 13~24일 가동을 멈추고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1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이밖에 폴란드 브로츠와프 가전 공장과 러시아 루자 가전·TV 공장이 현재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이 8~19일 셧다운에 들어갔고 멕시코 TV 공장도 17일까지 멈춘다. 폴란드 가전 공장은 6일부터 19일까지 셧다운하기로 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중남미 등 현지 가전 유통매장이 문을 닫은데다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돼 생산량 조절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장 가동 중단은 해당국 정부의 방침에 따르고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현지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현재 미국·유럽·중남미 등의 가전 유통매장은 대부분 폐쇄된 상태다. 특히 국내 가전업계는 북미 지역에 1,000개가 넘는 가전 매장을 보유한 베스트바이의 오프라인 매장 폐쇄가 뼈아프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부문 최대 매출처다. 베스트바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온라인 주문을 통한 픽업 및 배송 서비스만 실시하고 있다. 직원 안전을 위해 세탁기·냉장고·TV 등 대형 가전의 설치 서비스도 당분간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로 돌아선 중국 현지 공장의 가동은 정상화됐지만 미국·유럽 지역 셧다운의 충격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내 가전업계의 중국 매출 비중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7%로 북미(23.2%)나 유럽(13.9%)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중국 TV 시장에서 샤오미·스카이워스 등 현지 업체에 밀려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잇단 해외 공장 셧다운은 가전업계의 올 2·4분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2·4분기 소비자가전(CE) 부문 영업이익이 3,700억원으로 전 분기(4,000억원)보다 7.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2·4분기에는 미주와 유럽 지역의 리테일 소매점 셧다운으로 셀인(Sell-in·제조사→판매처) 출하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