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교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연등회(燃燈會)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연등회는 그동안 부처님오신날을 한 주 앞두고 열리는 사전행사로 치러졌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미 행사가 한차례 연기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14일 불교계에 따르면 연등회보존위원회와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오는 5월23일 예정된 ‘연등회’ 개최 여부를 두고 재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협의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부처님오시날 봉축 법요식과 연등회를 한 달 연기한 바 있다. 4월30일 예정됐던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은 5월30일로, 4월25일 예정됐던 연등회는 5월23일로 각각 늦춰졌다.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변경되기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불교계는 이마저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9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더라도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도심에서의 대규모 행사가 부담스러운데다, 연등 제작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연등회에는 연 평균 10만개의 연등이 쓰이는데, 대중이 참여하는 법회와 모임이 전면 중단되면서 신도들의 연등제작 참여가 어려워졌다.
불교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도 도심에서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긴 하겠지만 행사 재연기와 취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등회는 해마다 서울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해 종로 일대를 지나 광화문까지 행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국가적 재난 극복 및 환자들을 위한 기도, 국난극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